[한마당-손수호] 돌고래의 운명

입력 2012-03-09 17:49

고물에 머물던 개 앞에 돌고래가 나타났다. 미끈하게 유영하며 물을 박차고 점프했다.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한바퀴 회전하며 입수하는 장면은 환상적이었다. 큰 입으로 짓는 웃음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개는 홀렸다. 돌고래가 도약할 때 제 앞발을 들어 올려 기립했다. 안절부절 못한 채, 킁킁거리며.

그렇게 돌고래에 빠져 있는 사이에 갑자기 배가 출발했다. 개는 갑판에서 미끄러져 바다로 빠졌다. 당황했다. 죽어라 헤엄쳐도 망망대해뿐이다. 주인을 실은 배는 점점 멀어져 갔다. 발밑에서 상어떼를 느낀 개의 표정에 공포가 서린다. 이때 돌고래가 나타나 등을 내놓는다. 평화의 안도. 돌고래는 개를 싣고 헤엄쳐 배에 내려준다. 개와 돌고래가 입을 맞춘다. 아름다운 키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 ‘Dolphin & Dog’의 내용이다. 1997년에 나온 영화 ‘제우스와 록산느’ 내용을 압축한 이 동영상은 바다동물과 육지동물의 특별한 우정을 담고 있어 인기가 많다.

돌고래는 지능지수(IQ)가 70∼80 수준이다 보니 일화가 많다. 미국 올랜드의 시월드에는 물속에서 둥근 링을 만드는 돌고래가 있다. 사람들이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듯 돌고래도 입으로 작은 훌라후프를 만들어 돌리면서 논다. 2008년에는 동료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포착돼 돌고래의 이타적 집단행위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돌고래를 놓고 세기의 재판이 열리고 있다. 대상은 제주의 한 수족관에서 쇼를 하는 남방큰돌고래 6마리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국제보호종인 남방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바로 풀어줘야 하는 수산업법을 어겼다며 제소했다. 이들은 과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도 풀어주라고 한다. 돌고래를 조련해 돈을 버는 것은 동물학대이므로 바다로 돌려보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돌고래를 놓아주면 바로 죽으므로 방사(放飼)의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돌고래 공연이 어린이들에게 동물사랑의 마음을 심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재판은 지난 8일 처음 열렸고, 오는 14일 두 번째 심리가 열린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볼 수 있듯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삶을 함께 해온 고래. 그들은 이 재판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