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선거와 한국교회 자세’ 한목협 토론회 “사회이슈에 기독교 입장 대변할 싱크탱크 필요”
입력 2012-03-08 21:51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가 보수교회의 정치적 세력화가 시도되는 상황에서 바른 정치신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8일 서울 성락성결교회에서 개최된 한목협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성경에 기초한 정치신학 아래 강단의 변화를 주문했으며, 사회 이슈에 대해 기독교적 입장을 대변할 ‘싱크탱크’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양대 선거에 임하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자세’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고광(서울 수표교교회) 목사는 주제발제를 통해 “한국교회가 때때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가이샤의 권력을 탐하는 잘못을 범해 왔다”면서 “교회는 권력으로 ‘정치적 메시야’를 꿈꾸려는 자세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중세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교회가 정치적으로 하나님 나라 진리와 정의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또 다른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직자들이 정치에 직접 나선다고 해서 세상이 하나님 나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중세 천주교회가 보여 준다”면서 “한국교회는 세속권력 위에 군림했던 정치적 성직자들이 타락해 결국 교회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는 역사적 교훈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두 차례 장로 대통령이 당선 되면서 기독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극단적·부정적으로 인식돼 버렸다”면서 “특히 권력 지향적인 목회자가 빈번하게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그 행위가 기독교 전체의 모습으로 인식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목회자가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려 한다면 신앙은 왜곡되고 사회는 교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논찬에 나선 최부옥(양무리교회) 목사는 강단이 하나님의 정치를 대변해야 하며, 예배당을 넘어서 인간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이 영광 받으실 분임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시대의 메시지를 던지고 세상 현안에 대해 기독교적 가치가 무엇인지 성서적으로 조명해 줘야 한다”면서 “교인들이 정치적 현안을 성서적 시각으로 숙고하고 대응케 하는 강단이 되어야 한다”며 설교의 정치화를 제안했다.
최 목사는 “교회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갖는 긍정적 요소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다수의 악인들이 다수결이라는 숫자 놀음을 통해 민주주의를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늘 깨어있어야 한다”면서 “급변하는 사회·정치적 현안 속에서 일부 정치목사들의 말도 안 되는 세뇌행위에서 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교단장 협의회와 같은 기독교 입장을 대변할 정책기구, 싱크 탱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범(부산중앙교회) 목사도 “기독교적 정치행위는 기독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를 사회 속에 실현하는 일”이라며 “한국교회는 정치적 편견을 내려놓기 위해 절대 진리에 대한 순종적 자세와 상대적인 다양성을 수용·분별할 수 있는 비판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