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 산업 피해 234조원… 34만여명 아직도 ‘떠돌이 생활’

입력 2012-03-08 20:33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3월 11일로 1주년을 맞는다. 지진 복구와 원전 사고 수습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해 규모가 워낙 큰데다 정부의 리더십 부족으로 복구가 속도감 있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1만9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7조엔(약 234조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낸 이 사고는 일본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졌다. 지금도 집중 피해 지역인 이와테(岩手)현과 미야기(宮城)현,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34만2500명의 주민이 집을 잃거나 등지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대지진과 원전 사고 수습을 위한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대지진 발생 6개월도 안 돼 퇴진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복지국가이자 기술 대국인 일본은 피해 수습을 위한 인적·물적 자본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간 내각의 뒤를 이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은 대재앙으로 위축된 일본의 활로를 열기 위해 소비세 인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A) 협상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갈등과 야권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다 내각 지지율은 최근 20%대로 떨어졌고,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정쟁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다.

◇경제에 큰 타격=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건물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산업시설 피해는 모두 17조엔에 달했다. 대지진의 여파로 510개 기업이 도산했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9%였다. 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복구 비용으로 16조2000억엔, 10년간 23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와세다 대학 파이넌스종합연구소의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 고문은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무역구조에 끼친 영향이 매우 심대하다”면서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증가하고, 무역적자가 확대할 경우 일본 경제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먹거리 불안, 환경오염 심각=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지난해 6월 초 사고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을 77만 테라(테라는 1조) 베크렐로 추정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68.5개분에 해당한다.

당시 일본의 에너지정책을 맡고 있던 하치로 요시오(鉢呂吉雄)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죽음의 땅’이라고 말했다가 후쿠시마 주민들의 분노를 사 경질됐다.

이미 후쿠시마 인근은 물론 수도권 등지의 찻잎과 소고기, 쌀, 채소, 야생 동물, 물고기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