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 굉음 속 해군기지 찬반 팽팽한 대치… 구럼비 해안 이틀째 발파
입력 2012-03-08 20:15
제주 해군기지 부지 내 구럼비 해안에 대한 이틀째 발파가 진행된 8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온종일 찬반단체의 엇갈린 목소리로 혼란스러웠다.
해군기지 시공사는 예정된 발파작업을 이어갔고, 강정마을 곳곳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경찰은 전날처럼 구럼비 해안 주변에 1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찬반단체 간 충돌을 막았다.
◇구럼비 발파작업 지속=발파는 이날 오후 12시26분부터 10분 간격으로 4차례 진행됐다. 발파 장소는 강정항 동쪽 100m 지점 바위 위쪽 육상 케이슨(방파제용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 예정지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은 육상 케이슨 작업장 평탄화 작업을 위해 발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발파에 이어 8800t 규모 케이슨을 바다에 투하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해군은 거듭 공사강행 입장을 밝혔다. 황기철 해군 참모차장은 8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기지 건설은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제주도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국책사업”이라며 “더 이상 정치쟁점화로 국력이 소모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황 참모차장은 또 “공사과정에서 최소한의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강정마을 주민정서를 고려해 보존할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지윤씨가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그럼 해군 장병은 해적이고 그 부모형제는 해적의 혈족이라는 것이냐”며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찬반 갈등의 골 여전=강정마을회는 마을회관 스피커를 통해 해군기지 반대 내용의 노래를 쉼 없이 내보냈다. 강정마을회와 반대단체 회원 등 50여명은 오전 6시부터 해군 제주기지사업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임모씨 등 2명이 사업단 정문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오후에는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단체들이 강정천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찬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와 애국단체총연합회 등 전국의 20여개 보수단체 소속 1000여명은 오후 1시 강정천 체육공원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촉구 시민대회’를 열었다. 서경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 내에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안보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찬반 성명도 잇따랐다. 제주지역교수협의회는 “구럼비 폭파는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구럼비 발파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제주 국회의원은 도민 앞에 사죄하라”면서 “국무총리로서 해군기지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사람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표를 위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귀포=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