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 도전 받는 원전, 과연 값싼 에너지인가?… 1기 철거비 1조 정부 예상의 3배

입력 2012-03-08 20:12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 1년이 지나면서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라는 생각이 도전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예산집행을 감시하는 유럽회계감사원(ECA)은 동유럽에서 가동 중단된 원전의 해체철거비용이 당초 책정됐던 금액의 2배로 늘어 기당 1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내에서도 20년도 남지 않은 원전 해체시작을 앞두고 기당 3200억원대로 과소평가된 비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ECA가 지난달 발간한 특별보고서를 인용해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의 원전 8기의 해체철거비용이 53억 유로(7조9500억원)로 추산됐다고 8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1999∼2013년 28억 유로(4조2000억원)를 쓸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25억 유로(3조7500억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로 1기를 해체 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조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2003년도부터 원전 철거비용을 기당 3251억원으로 상정하고 ‘원전 철거비 충당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서 기당 해체 철거비를 우리나라의 약 3배인 680억엔(9316억원)으로 추정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지난해 9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의 폐로 비용을 9860억원으로 추산했다.

일본 원전원가검증위원회는 지난해 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숨은 비용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비용을 다시 추산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원회는 과거 반영하지 않았던 추가 안전대책비, 지역지원비를 포함한 정책경비, 사고 대응비 등 3가지 항목을 추가했다. 원자로 수명인 40년 동안 전국에서 사고가 1차례 이상 발생한다는 가정도 포함했다.

그 결과 원전의 비용은 ㎾h당 적어도 8.9엔(122원) 이상으로 나왔다. 종전 추산보다 50% 많다. 일본 정부는 2004년 발전설비의 건설비, 운영비, 연료비만 따져 발전단가를 ㎾h당 원전 5.9엔(81원), 석탄화력 5.7엔(78원)으로 산정했다. 우리나라 지식경제부가 최근 공개한 2010년 ㎾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 39.7원, 석탄화력 60.8원이었다.

한수원은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의 수명을 감안할 때 2028년에 고리 1호기부터 해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잦은 고장과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 해체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관련기사 6·7면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