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반복 증식되는 의미에서 ‘모조품’… ‘이것은 Apple이 아니다’
입력 2012-03-08 19:59
이것은 Apple이 아니다 / 박정자 (기파랑·1만2000원)
세계는 애플(사과)이 움직이고 있다. 애플이 세상을 지배할 줄은 애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있다고 말할 때 그 애플은 미세한 차이로 한없이 반복 증식되는 이미지라는 의미에서의 ‘시뮬라크르(모조품)’이다.
이미지, 모조, 환영, 자기복제, 분신을 뜻하는 시뮬라크르가 오늘날 무한한 역동성과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철학자는 질 들뢰즈였다. 시뮬라크르의 역동적인 힘을 제품으로 디자인한 잡스는 자기도 모르는 채, 들뢰즈의 난해한 철학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낸 것이다.
사과만큼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일도 없을 것이다. 잡스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통제한 작은 회사 애플은 수많은 인력과 연구개발 부서를 거느린 삼성을 제치고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만으로 2011년 기준 463억3000만 달러(5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 173억 달러(19조원)를 달성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그 배경을 숭고와 미니멀리즘, 감성과 놀이, 내 손안의 자아, 노마드와 세계화 등 인문학적 키워드를 끄집어내 명쾌하게 들려준다. 상명대 명예교수.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