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6회 혈액투석 만성신부전증 여성 8년 사이 두 아이 정상분만 ‘기적’
입력 2012-03-07 19:28
놀라운 생명탄생의 기적이 일어났다. 주 3∼6회 혈액투석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요독증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없는 만성신부전증 여성 환자가 힘든 투병생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8년 사이 두 아이를 각각 정상 분만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 중인 최모(40)씨가 6일 둘째 아이인 여아(2.6㎏)를 임신 10개월 만에 정상 분만했다고 7일 밝혔다. 더욱이 최씨는 13년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후 어렵사리 가진 첫째 아이를 2004년에도 정상 분만한 적이 있다.
한 여성이 신장이식과 혈액투석 치료 중 두 차례나 정상 분만에 성공한 일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이식 외엔 완치 희망이 없는 난치병이며, 게다가 이식받은 신장까지 망가져 다시 혈액투석을 받게 된 여성이 정상 분만에 성공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가 임신한 경우는 2.3%에 불과하고, 이들 중 45%는 자신과 태아의 건강을 우려, 임신 유지를 포기했다고 한다. 또 억지로 임신을 유지한다고 해도 61%가 양수막조기파열 등으로 조기 유산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세 때인 1998년 결혼한 최씨는 신혼여행 중 몹시 숨이 가빠 찾은 병원에서 만선신부전증에 걸렸음을 처음 알게 됐고, 1년 뒤인 99년 10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이 컸던 최씨는 남편과 각고의 노력 끝에 2003년 임신에 성공했고, 이듬해 6월 첫 아들(2.57㎏)을 순산했다. 그러나 2년 뒤 신부전증이 재발, 다시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두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태아를 지키기 위해 투석 치료 시간을 종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횟수를 주 3회에서 6회로 늘렸다. 조혈호르몬 투여량을 늘려 빈혈을 없애는 치료도 받았다. 주치의 양철우(신장내과), 고현선(산부인과) 교수팀은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임신 20주로 태아가 상당히 큰 상태라 중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최씨에게 임신중독 조짐이 없는데다 태아 발육상태도 양호해 정상 분만까지 이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첫째가 동생이 생긴 것을 좋아해 늘 둘째 태명을 부르곤 했다”며 “첫째는 신장이식 수술 후 복용하는 약(면역억제제) 때문에 모유수유를 하지 못해 맘이 아팠는데, 둘째 아이의 경우 모유수유도 가능하다고 해 더 행복하다”고 출산의 기쁨을 표현했다. 최씨와 아기는 둘 다 건강한 상태여서 8일 퇴원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