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졸 채용 확대… ‘女風’이어 ‘男風’도 살랑

입력 2012-03-07 21:52


지난해 7월 기업은행에 입사한 특성화고 출신의 김소정(19) 계장은 현재 서울 돈암동지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고객응대를 워낙 잘해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김 계장이 기특하다며 기업은행에서 계좌를 만든 고객도 생겼다. 김 계장은 “사회 첫발을 들인 고졸 출신으로 걱정을 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적응을 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며 “많은 고졸들이 들어와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졸 행원 채용에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학력 인플레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고졸 남성 행원들도 다수 뽑을 방침이어서 여성 행원 일색의 고졸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85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200명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상반기에 채용을 마친 후 일선 지점 창구에 배치할 방침이다.

이들은 2년간의 계약직 근무를 마치면 전직지원제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는다. 200명의 채용 인원 중 40명은 고졸 남자 행원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여성 일색이던 고졸 채용에도 신선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7일 은행권 최초로 고졸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서울 회현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전국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 5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69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고졸 채용 규모를 늘리는 기업은행도 이 중 30명가량을 남자 행원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들은 지점 창구와 정보기술(IT), 시설관리 분야 등에서 일하게 된다.

지난해 고졸 행원 48명을 뽑았던 산업은행은 올해 80명가량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일부는 남성 고졸생을 행원으로 뽑는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여수신, 상담 등의 개인금융 업무와 신용장(L/C) 개설, 외국환 송금 등 외환 업무에 나눠 투입될 예정이다.

고졸 출신 행원들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박성명 부산경남지역본부장과 양동영 호남지역본부장을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본부장에 발탁하기도 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1월 광주상고를 졸업한 안홍열 경수지역본부장을 신탁연금본부 부행장으로 승진시켰고 하나은행은 지난해 상고 출신 여성 임원을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은행권에서 앞장서 고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다른 분야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