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꽝 굉음소리에 마을 곳곳 탄식·안도 교차…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현장표정

입력 2012-03-07 22:05

7일 오전 11시20분.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파편들이 해안가 테트라포드 등으로 튀었다. 5년여를 끌어오던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발파는 구럼비 바위 인근 1공구에서 제주 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대림건설에 의해 진행됐다.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0∼15분 간격으로 발파가 5차례 더 이어졌다.



구럼비 바위 발파 소식이 전해지자 해군기지 주변에 있던 주민과 시민활동가 사이에는 탄식과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이제야 해군기지 갈등이 끝나는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사이렌 소리로 시작한 하루=강정마을은 오전 3시23분 마을회관의 사이렌이 급박하게 울리면서 긴박한 하루가 시작됐다.



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강정다리 인근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1000여명의 병력을 마을 곳곳에 배치했다. 또 견인차를 불러 화약 탑재 차량의 해군기지 진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한 차량 10대의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시공사 측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약공장에서 화순항까지 육상으로 화약 800㎏을 운송한 뒤 기지 건설 반대시위를 피해 해상으로 구럼비 해안까지 옮겼다.



천주교 사제를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들은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 발파를 막으려 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진보통합당 이정희 대표는 첫 비행기로 강정마을에 도착해 연좌농성에 합류했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은 발파를 중단하라는 긴급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오후 7시쯤 강정마을을 직접 찾아 “야권연대를 이뤄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오늘 폭파로 제주도민의 마음에 또 다른 폭탄을 던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엇갈린 반응들=공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제주도를 희생양 삼아 해군기지를 강행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제주지역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 파괴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마을 한 주민은 “마을이 온통 전쟁터 같다”며 “구럼비 바위가 발파된 이상 이제는 논란을 모두 끝내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 김모(42)씨는 “수년을 끌어온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도민 모두가 지쳤다”며 “오늘을 계기로 논쟁을 접고 지역발전을 위해 해군기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럼비 바위=‘구럼비’ 이름은 예부터 이 지역에 ‘구럼비낭(나무)’이 많이 자라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구럼비 해안의 바위는 길이 1.2㎞에 너비가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다. 크고 작은 돌덩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로 이뤄졌다. 특히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

서귀포=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