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美쇠고기 수입 파장… 마잉주도 MB전철 밟나
입력 2012-03-07 19:06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4년 전 한국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대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오는 5월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시장개방을 확대키로 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7일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 5일 밤 락토파민 잔류 쇠고기 수입을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락토파민은 소, 돼지 등의 체지방을 줄이고 육질을 좋게 하려고 사용하는 사료 첨가제로 미국에선 이 약물이 허용되고 있으나 대만,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금지하고 있다.
이에 제1 야당인 민진당은 7일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당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금지 약물인 락토파민이 잔류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키로 한 것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면서 현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진당은 “마잉주 정부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지난 1월 총통선거 때 미국의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사전에 이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3정당인 친민당은 당국이 제출할 예정인 관련 식품위생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거부하고 다른 야당과 연대해 내각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의 발표는 비자웨이버프로그램(VWP) 도입을 협의하기 위해 미 국토안전부 당국자의 대만 방문을 앞둔 시점에 나와 시민단체들은 이를 쇠고기 수입확대와 바꿔치기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만 주요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 미국 쇠고기 연대’는 “국민의 건강 문제를 미국과의 정치 및 경제교류를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내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축산업계는 법 개정안 제출이 예정된 8일 입법원(국회) 앞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열 예정이다. 대만은 광우병을 우려해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중단했다가 2006년 뼈 없는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