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바닷길’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자… 경북 영덕 강축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인기
입력 2012-03-07 18:11
크고 작은 항포구와 아담한 바닷가 마을들, 장쾌한 해안선과 깊고 푸른 바다, 바람개비를 닮은 풍력발전기와 대게 모양의 등대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은 경북 영덕의 강축해안도로이다. 포항∼고성을 연결하는 7번 국도에서 바닷가로 한 발 더 다가간 강축해안도로는 영덕의 강구항과 축산항을 잇는 낭만의 해안도로. 하지만 실제로는 강구항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 32㎞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일컫는 말로 해파랑길의 영덕블루로드 구간이기도 하다.
강축해안도로의 출발점이자 영덕대게 집산지인 강구항은 청송의 주산지 자락에서 발원한 오십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 밤새 수평선에서 어화를 밝히고 오징어와 대게를 낚은 어선들이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귀항하면 갈매기들이 먼저 반긴다.
대게잡이 절정기인 요즈음의 강구항 아침은 무척 분주하다. 경매장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경매인의 추렴과 중매인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은 강구항의 또 다른 볼거리. 수십 곳의 대게전문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강구항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대게찜의 구수한 냄새가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강구항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강축해안도로는 도보여행과 자전거여행, 그리고 드라이브의 명소. 금진, 하저, 대부, 대탄, 오보, 노물 등 올망졸망 모여 있는 아담한 바닷가마을들이 운치를 더한다. 검은 갯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의 소리는 봄의 교향곡처럼 감성적.
강축해안도로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은 대게의 앞다리를 형상화한 창포말등대 일대. 등대의 모양도 독특하지만 창포말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서면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바닷가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포말등대 주변으로는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고 공원 내에는 잘 꾸며진 데크 산책로와 군데군데 작은 쉼터 등이 조성돼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를 비롯해 야생화들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창포말등대 앞에는 조그마한 비석 하나가 있다. 채명신 장군이 공병대를 투입해 1년여 공사 끝에 1970년에 강축해안도로를 완공했다는 내용이다.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창포말등대가 위치한 해맞이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야산에 자리하고 있다. 창포리 일대는 나지막한 야산지대가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어 풍력발전에 적합한 지역. 60m 높이의 기둥에 40m 길이의 날개 세 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멀리서 보면 바람개비처럼 앙증맞지만 날개 아래에 서면 윙윙 돌아가는 소리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해맞이공원에서 대탄해수욕장과 오보해수욕장을 거쳐 대게원조마을인 차유마을에 이르는 강축해안도로는 어촌마을의 한적함이 잔뜩 묻어난다. 도중에 횟집으로 유명한 노물리와 돌미역 채취 등 어촌체험 및 바다낚시로 이름난 석리마을을 지난다.
차유마을에서 4㎞를 더 달리면 호수처럼 고요한 축산항. 강구항처럼 붐비지 않아 오히려 정겹지만 너무 한산해 쓸쓸한 느낌도 든다. 출렁다리와 삼각형 모양의 죽도산유원지가 인상적인 축산항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는 드라이브 코스로 해변 길이가 무려 8㎞에 이르는 고래불해수욕장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영덕군은 8일부터 12일까지 삼사해상공원과 강구항 및 대게원조마을에서 영덕대게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영덕대게축제는 황금영덕대게 낚시와 수상자전거 타고 영덕대게 잡기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울러 박달대게 깜짝 경매와 영덕블루로드 걷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운영한다.
대게는 11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산란을 앞두고 살이 꽉 차는 3월부터 잡히는 대게가 가장 맛있다. 강구항과 축산항 사이 앞바다의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대게는 다른 지역의 게보다 다리가 길고 속살도 꽉 차있다. 맛도 담백하고 쫄깃쫄깃한데다 키토산과 타우링산도 많은 편.
‘대게’는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쪄 살을 발라 먹고 등딱지에 밥을 비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대게를 좀 더 싸게 먹으려면 비교적 한산한 대진항과 축산항의 음식점을 찾는 것도 요령(영덕대게축제추진위 054-730-6682).
영덕=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