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바둑, 스포츠 토토를 말하다
입력 2012-03-07 18:11
지난해 스포츠토토가 바둑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예와 도를 중시하며 고고한 이미지를 지켜오던 바둑이 ‘스포츠’로 전환된 것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어색하고 의아해한다. 하지만 바둑은 분명 2009년 대한체육회 정 가맹 승인을 받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3개의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명실상부한 스포츠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 후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서 바둑 토토사업 추진이 결정돼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종목에 바둑을 포함시키기 위한 주최단체 지정 신청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바둑의 새로운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바둑은 퇴보의 길을 걷고 있다. 기사는 늘고 전체 대회 수는 줄고 대회 규모 또한 15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점점 바둑을 좋아하던 스폰서들은 사라지고 젊은 사람들은 바둑을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최대 2만5000부를 발행하던 60년 전통의 바둑 월간지가 휴간됐다. 수천 년 역사를 이어온 바둑의 최대 위기임을 바둑인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바둑이 좀 더 대중 앞에 다가갈 수 있도록 스포츠로 눈을 돌렸고 이제 스포츠토토를 도입하려고 한다. 지난해 10월 프로기사 정기총회에서 스포츠토토 도입 찬반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173명이 참가한 가운데 찬성 113표, 반대 51표, 기권 8표로 65%가 찬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몇몇 기사가 인터넷에 반대 글을 올리고 문화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의견들도 있었지만 이유 없는 악성 댓글에 한동안 바둑계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체육진흥투표권의 바둑토토 도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300여명이 참가한 공청회에서는 ‘바둑계 상황과 스포츠토토의 의미’(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스포츠 시각으로 본 바둑토토 도입’(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바둑토토는 승부의 안전지대인가(엄민용 경향신문 체육부장)’ 등의 주제발표와 함께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권준수 서울대 의대 교수, 최규병 기사회장, 원성진 9단과 일반방청객들이 의견을 나눴다.
주된 결론은 스포츠토토를 통한 바둑의 관심 증대 및 기금 마련 필요성과 승부조작 위험성에 대한 대처 방안 연구가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바둑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온 게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바둑의 위기’를 실감하고 ‘스포츠’라는 승부수를 띄웠다면 이제는 머뭇거릴 틈이 없지 않은가.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