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상속 시대 막내리나… ‘연금’ 신규가입 2월 3배 늘어 사상 최고
입력 2012-03-07 19:10
서울 수유동에 사는 정모(77)씨는 큰아들이 매달 주는 용돈 50만원으로 근근이 살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생활고로 인해 돈을 부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막막했다. 스트레스로 당뇨 합병증도 악화됐다. 그러던 정씨는 2009년 11월 딸의 권유로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찾아가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집을 담보로 매월 85만원을 받고 있는 정씨는 “자식들에게 우리의 삶을 의탁하려는 나약한 마음을 주택연금으로 깨끗이 비웠다”고 말했다.
집을 산 뒤 나중에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깨져가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돼 젊은 세대의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부모들이 아예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신청건수는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주택연금 신규가입 건수가 710건(보증공급액 1조779억원)으로 2007년 7월 출시 이래 월중 최고 가입기록을 세웠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신규가입 건수(168건)와 보증공급액(2028억원)보다 각각 4배, 5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전달보다도 가입건수와 보증공급액은 각각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두 달간의 신규가입건수와 보증공급액은 2008년 한 해의 실적(695건, 8632억26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하루 평균 가입건수는 지난해 8.4건에서 올해 22.6건으로 늘었다.
주택금융공사 이인항 팀장은 “청년실업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최근 노인들 사이에서 생전에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인식으로 주택연금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