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공천 실패·지도부 삐걱… 민주, 총선 길목 빨간불
입력 2012-03-07 19:12
민주통합당의 총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 민주당과 시민사회, 한국노총이 손잡고 통합정당으로 새출발한 지난 1월 중순에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서면서 총선 과반을 기대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면서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없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당 핵심 관계자는 7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너무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통합 효과를 다 까먹어 버렸다”고 진단했다. 당 내부에선 지도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의석 과반수는커녕 제1당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로 가면 제1당을 새누리당에 내주고 130석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감동 공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역의원 탈락이 거의 없고, 비리 관련자들이 잇따라 공천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거기다 공천혁명을 이루겠다며 모바일 경선을 도입했지만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불법 논란이 불거지고 투신사망 사건까지 발생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급기야 지도부 내부에서 균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공천에 불만을 표출했던 문성근 이용득 두 최고위원은 회의에 불참하며 당무를 거부했다. 공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공천 후유증으로 여의도가 시끄럽다. 공천은 늘 시끄러웠다고 덮기에는 이번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공천혁명의 과정에 대한 중간평가는 싸늘하다”고 가세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이 잘못됐다면 국민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 대표에게 ‘정체성에 문제 있는 사람 한둘 쳐내고 야권 단일화하면 반전이 된다. 지도자는 잔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출마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금까지의 공천은 감동은커녕 희망이 없는 한풀이 공천, 패거리 공천, 갈지(之)자 공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만하고 긴장할 줄 모르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명숙 대표 체제의 정책적, 전략적 혼선도 민주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재협상이 폐기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정봉주 마케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도 민주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에게는 이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나머지 공천이나마 제대로 마무리하고,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국민경선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게 당면한 과제다.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호각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충청 및 강원권 선전을 위해 야권연대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서울 관악을(김희철 정태호) 경기 파주갑(윤후덕 정진) 강원 원주갑(김진희 박우순 심기준)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권영만 김원창 최종원) 등 4곳에서 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