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명재] 핵안보정상회의와 방사능
입력 2012-03-07 17:56
2012년 3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전 세계 50여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이 참가하는 안보 분야 최대의 정상회의를 대한민국에서 주최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으로서 축하할 일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 테러에 대비한 실질적인 방안, 원전의 안전성 확보, 국제적인 핵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서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관련 선진 기술을 국제사회에 소개할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행사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더 큰 기대는 이번 정상회의가 핵안보와 관련한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험으로 밝혀진 원전 안전성
원자력산업과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에 40년 이상 종사해오며 많이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가 보안문제다. 북한과 대치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인 듯하다. 원전과 방폐장은 최신 보안장비를 설치하고 특수경비요원들을 배치하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엄격한 보안시설 중 하나지만 그 파급효과를 놓고 볼 때 보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 9·11 테러 이후에도 항공기 충돌에 대한 원전의 안전성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팬덤 전투기의 원전충돌 시험은 이에 답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실험이 아닌가 한다. 1987년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에서 팬텀기가 시속 800㎞로 원자로 건물과 부딪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외벽의 5㎝만 파손되고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관련 동영상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09년 단국대 정철현 교수가 안전기술원과 항공기 가상사고 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했다. 실험결과 국내 운항 중인 보잉과 에어버스 민항기, F16 전투기가 원전에 부딪쳐도 내부 원자로에는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원전 격납건물 주위의 저장물을 피해 직각으로 충돌하기도 어렵거니와 두꺼운 콘크리트와 내부에 있는 촘촘한 철강재 때문에 국부손상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였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핵안보 문제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경각심이 높아진 ‘방사성 물질의 안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의 실태를 제대로 알리고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안전관리 강조할 기회
국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 식품 및 인체의 오염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국민의 우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전 내부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착용했던 작업복과 장갑, 병원과 기업에서 용도 폐기된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말한다. 국민은 이러한 방사성 폐기물로부터 다량의 방사선이 나와 인체에 위험하지 않을까 크게 걱정을 한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이미 40∼5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시설이다. 더구나 방폐장을 운영하게 되면, 주변 환경으로 방출되는 방사선량은 연간 0.01밀리시버트 정도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연간 자연 방사선량인 2.4밀리시버트의 0.4%에 불과하다. 자연 방사선이란 지구에 사는 한 노출이 불가피한 방사선으로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방사선, 광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후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핵안보 분야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의무다.
송명재 방사성폐기물 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