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부 디도스 공격한 게임중독 10대들

입력 2012-03-07 17:59

10대 7명이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에 불만을 갖고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공격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전에 덜미가 잡혀 실패하기는 했지만 10대들이 정부사이트를 공격할 생각을 했다는 데서 충격적이다. 동시에 10대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이 시급한 처방을 요하는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를 던져준다.

이번 사건 연루자 가운데는 초등학생도 3명이나 포함돼 놀라움을 더한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안티카페에서 만나 디도스 공격을 모의한 뒤 실제 실행에 옮겼다. 이 카페를 통해 디도스 공격용 악성프로그램을 주고받고, 공격시점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까지 생각해 접속자가 허위로 표시되도록 인터넷 프로토콜(IP) 변경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철부지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위험군에 속할 정도로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폭력성 게임과 현실을 혼동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적지 않다. 난제는 게임중독의 폐해는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셧다운제만 하더라도 청소년의 기본권침해라는 지적부터 효과의 유무 논쟁과 함께 게임업체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우선 올해부터 인터넷을 이용하는 PC 온라인게임과 CD를 통해 접속하는 PC 패키지게임에 적용한 뒤 2년 후에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한 모바일 게임에도 적용키로 했다. 청소년들이 모바일 기기를 많이 갖고 있지 않아 심각한 중독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게임은 문화산업 성격과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오락의 두 가지 복합적 요소를 갖고 있어 대응하기가 간단치 않다. 그렇지만 게임중독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만큼 당국은 셧다운제 조기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 또 청소년들 사이의 모바일 기기 보급 속도가 이 제도를 만들 당시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