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임미정] 젊은 그들의 꿈

입력 2012-03-07 17:57


개강이다.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에 ‘취업과 음악’이라는 수업을 맡아 음대생들의 취업 관련 이슈를 강의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음대에서는 실기레슨과 화성법, 음악사, 음악분석 등 관련 교과목이 주를 이루나, 전문성을 강조하는 커리큘럼 안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내용이다.

첫 수업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음악을 시작할 때 원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부모님과 친구들은 어떤 조언을 하는지, 만일 요정이 있어 현재의 상황과 상관없이 너의 꿈을 이뤄준다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 ‘요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들의 솔직한 꿈을 듣고, 직업에 대한 생각을 재고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쪽에 있던 한 학생이 나직하게 “이름은 안 써도 되지요?” 하길래 “응!” 대답했다. 그런데 설문지를 걷으니 하나같이 자기 이름을 써놓은 것이 아닌가. 난 한번도 이름을 쓰라고 하지 않았는데…. 프라이버시에 관계된 내용임에도 60명 중 59명이 그랬다. 이 사실을 놓고 당장 떠올랐던 획일성에 관한 염려는 보류하려 한다. 우리 학생들이 인터넷 등에서 실명제에 익숙한 결과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비율이 압도적이라 이에 대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예정이다.

그날 밤, 학생들이 제출한 설문지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대략 정리하자면 원래 그렸던 꿈에는 음대교수가 많았고, 부모님은 안정된 직장을, 친구들의 조언은 피아노학원 강사 등 현실적으로 그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방식에, 그리고 요정이 만들어 줄 이상적인 모습에는 TV 드라마에서 만들어내는 모습들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사장이나 재벌2세가 됐으면 했는데, 이것은 경제적 풍요로움에 대한 동경으로 보인다. 또 소녀시대나 유명한 연주자,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유명세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은 노력이나 집안의 환경,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한계를 인정한 학생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흥미로웠다. 도전, 기회, 창조주의 목적,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나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등 아름다운 말들이 많았다. 두 명만이 “인생은 의미 없다”고 부정적인 답을 했다. 앞 질문에서 돈과 성공을 부러워했던 학생들이 이 질문에서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아도 된다”며 깊은 의미들을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질문에서 발견한 꿈과 희망이다. 이들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있다. 다만 그 믿음을 반영할 직업군에 대한 시각의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한계는 그들만이 아닌 우리 시대의 구성원 모두가 풀어야 될 숙제이기도 하다. 난 그들이 생각하는 인생이 옳고, 그것을 현실에서 부지런히 계획하고 증명하라고 한 학기 내내 요구하려고 한다.

임미정 한세대 교수 하나를위한음악재단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