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입력 2012-03-07 17:57

단돈 3000만원으로 4·11 총선을 치르겠다는 후보가 있다. 27세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 돈과 조직을 중시하는 기성 정치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손 후보는 ‘사진 값 3만원’ 등 매일매일 지출한 액수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쓴 돈이 2000만원이 채 안 된다.

손 후보는 이를 ‘내 연봉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고 명명했다. ‘내 연봉’이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그가 홍보대행사에 다닐 때 받은 연봉 액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서울에서 생활할 당시 자취방 전세금이다. 이 돈을 빼 지금 선거자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 연봉’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청년들에게 돈 때문에 꿈을 접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제는 트위터에 “유세차는 아버지 차로 해도 될까요? 유세차 천만원정도 든다는데…”라고 적었다. 화물트럭기사인 아버지 차량을 유세차로 활용할 모양이다.

손 후보는 “돈 없고, 조직 없는 정치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치 전반의 악습이 개선되기를 꿈꾸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국회의원 특권 포기, 국회 출석 100% 등 이색적인 공약도 눈길을 끈다.

그가 낙점 받은 데 대해 ‘흥행을 위한 버리는 카드’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여야를 통틀어 손 후보만큼 주목받는 후보는 없다. 최연소이며, 정치 입문 두 달 만에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 공천된 데다,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이기 때문이다. 선거판에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부산 사상구를 올 총선의 관심 지역구로 부상시킨 것도 손 후보다.

그는 작은 체구이지만, 당차다. 후보로 확정된 지난 5일 “사상을 ‘떠날 자(문 후보)’와 ‘남을 자(손 후보)’의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사상이 대권 정거장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사상구에 있는 초·중·고교에서 학생대표를 지내면서 배포가 두둑해진 듯하다. 59세의 문 후보는 딸과도 같은 손 후보를 “새누리당 최상의 후보”라고 평가했지만, 이겨도 본전인 게임이 돼버렸으니 속상하지 않을까 싶다.

한계는 있다. 경력이 없다는 게 가장 취약한 점이다. 2030 지지율도 문 후보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진짜 정치혁신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자신만만하다. ‘사상 딸내미’ 손 후보의 꿈이 이번에 이뤄질 수 있을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