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33) - 너도탕자 나도 탕자

입력 2012-03-07 15:47

너도 탕자, 나도 탕자

그 날 주일예배는 어떤 시골교회에서 드렸습니다. 어릴 때 다녔던 나사렛 회당만큼이나 조그마한 교회당이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까지 합해서 모두 50명은 됨직합니다. 허지만 찬양 소리가 우렁차고 은혜가 강물처럼 넘치는 예배였습니다. 찬양곡 가운데는, “돌아 와 돌아 와”도 있었습니다.

사중창이 있은 뒤에 설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본문과 제목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였습니다.

먼저 그 비유의 줄거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었습니다. 이야기 실력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둘째 아들의 타락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죽기도 전에 제 몫을 챙기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모독입니다. 타락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끊어지는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더니 곧장 재산을 정리하여 아버지에게서 멀리 멀리 떠나갑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둘째 아들이 마침내 돼지 취급도 못 받을 정도로 타락했고 그 결과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도 예리하게 분석했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도박, 마약, 색성(sex), 음주에 쏟아 붓는 죄악도 현대 젊은이들의 풍조를 적시하며 매섭게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둘째만 탕자가 아닙니다. 집에 있는 큰 아들도 탕자입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제 동생을 모함하고,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불평을 털어놓습니다. 작은 아들은 돌아온 탕자 곧 ‘돌탕신자’라도 되었지만 큰 아들은 끝내 회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성경을 풀었습니다. 이어 아버지의 사랑과 아들들의 타락을 대비시켜 영상으로 띄워놓았습니다. 그렇게 되니 이기주의라는 아들들의 영적 범죄와 끝까지 용서하는 아버지의 거룩한 사랑이 더욱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설교가 끝나고 온 회중이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어서 돌아오오, 어서 돌아만 오오”였습니다. 담임목사는 자신이 탕자라고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모두 일어나서 강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라고 초청했습니다. “우리 주의 넓은 품으로 어서 돌아오오” 하고 마지막 절을 부를 때에는 강단을 둘러싼 모든 신자들이 목이 메고, 흐느끼고, 통곡하는 소리로 성전이 가득 찼습니다.

나 예수는 그 날 마음이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말씀의 바른 증거가 교회의 표준성을 측정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 아닙니까. 그리고 바른 설교 곧 좋은 설교의 표준은 청중들의 새로운 삶을 향한 결단 아닙니까.

그래도 한 수 더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주보에 기록된 이메일 주소로 몇 자 적었습니다.

“오늘 참 좋은 설교 들었습니다. 성경말씀의 핵심을 잘 풀었습니다. 회중들이 자신들이 바로 탕자라는 것과 다시는 탕자가 되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단하는 튼실한 열매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격려했습니다. 그래도 그 젊은 시골교회 목사가 더 좋은 설교자로 성장하도록 몇 가지 도움말을 보탰습니다.

“탕자는 둘째 아들과 첫 아들인 것 맞습니다. 그러나 그 머슴도 탕자입니다. 큰 아들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으니까요....... 더 있습니다. 아버지도 탕자가 되었고요, 그 비유를 말한 나 예수도 죄 덩어리 육신을 입은 탕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풀었습니다. 이기주의 때문에 탕자가 된 탕자도 있고, 탕자를 구출하기 위한 탕자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