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부도시에 ‘현대판 로빈후드’… 곳곳에 익명 돈봉투, 사용처는 신문에 난 기사에 표시

입력 2012-03-06 19:48

매년 성탄절 즈음 전북 전주 노송동에 돈 상자를 몰래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 같은 인물이 독일에도 나타났다.

영국 방송 BBC는 최근 독일 중북부 도시 브라운슈바이크에 익명의 기부금 봉투가 잇따라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고 6일 소개했다.

브라운슈바이크 호스피스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앙케 부르크하르트는 지난주 문 앞에 놓인 깔개 밑으로 삐져나온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겉봉에 아무런 글도 씌어있지 않은 봉투 안에는 500유로(약 74만원)짜리 지폐 20장이 들어 있었다.

이 도시 곳곳에서는 지난 11월 이후 19만 유로(2억8000만원)가 든 백지봉투가 발견됐다. 기부금 봉투는 대부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교회 현관 부근 책꽂이 안쪽이나 찬송가책 뒤, 지역 신문사의 안내데스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기부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지역 신문인 ‘브라운슈바이거 자이퉁’ 독자라는 사실뿐이다. 봉투 속에는 거의 매번 기부금의 용처를 알려주는 오려낸 신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봉투 속에서 수영 중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소년의 이름 아래 줄이 쳐진 기사가 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이 기부자를 ‘현대판 로빈후드’로 부르면서 상속인이 없는 부자 노인이라거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라는 등의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