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G8회담장 캠프 데이비드로 돌연 변경… “대규모 시위땐 재선가도 악영향 우려”

입력 2012-03-06 19:05

오는 5월 18∼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장소가 돌연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전용별장 캠프 데이비드로 변경돼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개최 장소 변경 사실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시카고가 너무 큰 도시여서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산속의 대통령 별장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관례와 달리 주요 정상회의 개최지가 갑작스레 변경되는 진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더욱이 시카고는 같은 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동시 개최할 예정이어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었다. 두 회의가 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어서 시카고 시 당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마련해 꼼꼼하게 준비를 해왔다.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인 람 이매뉴얼 시카고시장이 직접 오바마에게 부탁해 두 행사를 유치한 마당에 전격적으로 장소가 바뀐 것에는 분명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

백악관 발표 당일 전화로 장소 변경을 통보받은 이매뉴얼은 충격을 받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해외 정상을 한번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하지 않았던 오바마가 갑자기 이 곳을 선택했다는 것도 의아심을 불러일으켰다.

외신들은 장소 변경을 오바마의 대선 가도와 연결 짓고 있다. 당초 오바마는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자신의 고향에서 G8과 나토 정상회의와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동시 개최해 주목을 받고 싶어했으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경우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당혹감’만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