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선거 부정 있었다… 철저 조사”
입력 2012-03-06 23:29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6일(현지시간) 선거 부정을 인정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국립법률아카데미에 차려진 선거상황 센터를 찾아 예비 법률가들과 면담하면서 “위반은 당연히 있었다. 모든 위반을 찾아내 깨끗하게 만들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모든 부정 신고를 확인해 추가 검토를 하도록 해당 기관에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의 부정 신고 주장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 같은 푸틴의 약속은 63%를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부정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부 부정 사례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선거 부정에 대한 야권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대선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푸틴 총리의 선거 승리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550여명이 체포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부터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 궁 북쪽 푸슈킨 광장에서 야권의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 항의 시위를 벌여온 자유주의, 민족주의, 좌파 등 3개 야권 진영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연대 집회였다. 약 2만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러시아 예스! 푸틴 노!”라는 구호를 외쳤다.
야권 정치 조직 ‘국민자유당’의 블라디미르 리슈코프 공동의장은 조기 총선과 조기 대선 실시를 요구했다. 그는 “정권이 주관한 선거는 광대극”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자유와 정의에 기반을 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지도자 가리 카스파로프는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푸틴이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보톡스였다”며 “러시아의 지도에서 보톡스의 웅덩이를 지워버리자”고 호소했다.
러시아 경찰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250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0명을 각각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진압 과정에서 우달초프와 유명한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일리야 야쉰 등이 체포됐으나 대부분 6일 석방됐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우달초프는 오는 10일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시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