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모녀, 美의회서 눈물로 증언 “북송되면 인간 취급 못받아, 美·국제사회가 막아주세요”

입력 2012-03-06 22:26

탈북자 모녀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애타는 구원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의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가 열린 하원 청문회장.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자 모녀 한송화(53), 조진혜(25)씨는 호소했다. “영하 20도가 넘는 겨울에도 제대로 된 신발이 없어 천 조각으로 발을 감싸고 눈 위에서 일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상에 걸렸지만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밤이면 제시간에 자지 못한다. 11시까지 자아비판을 한다. 자기 전에는 서로의 옷과 몸에 붙어 있는 벼룩이나 이를 잡아야만 그나마 잘 수 있다. 몇 시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새벽 5시가 되면 깨어나 다시 강제 노동에 끌려나간다.”

이들의 증언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섰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두 모녀는 1998년부터 10년간 탈북을 시도했으나 4차례나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됐었다. 송환된 뒤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고문과 성폭력, 한계를 넘는 강제 노동이다.

두 모녀는 호소했다. “국제사회가 나서고 미국이 나서 달라”고. 한씨는 “강제 노동이 끝나고 추운 수용소에 돌아오면 기다리는 것은 자아비판과 옥수수와 쌀이 섞인 주먹밥 뿐”이라며 “시체를 치운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한 여자로서 내가 겪은 일을 말하기조차 어렵다”며 울먹였다. 자신도 여러 가지 고문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여러 차례다.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면서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16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출혈을 겪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제발 공포에 떨면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을 구해 달라”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의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100일 애도기간에 탈북하는 사람은 가족을 처형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진혜씨는 한 달 뒤 북한인권주간을 맞아 동생 은혜씨와 함께 미 의사당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중국을 향해 탈북자 북송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청문회에는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 내외신 기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의원으로는 크리스토퍼 스미스 CECC 위원장과 에드 로이스(공화) 의원만이 자리를 같이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