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컬러 스포티한 줄무늬’ 발랄한 그녀… 2012년 봄 여성복 유행경향

입력 2012-03-06 18:20


이제 봄이다. 앞으로 서너 번 수은주가 곤두박질치겠지만 그건 꽃샘추위일 뿐, 겨울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한낮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쇼핑몰 쇼윈도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진즉 봄옷으로 갈아입은 마네킹들이 한껏 맵시를 뽐내고 있다. 여성복은 물론 남성복도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색감이 강조되면서 화사해져 ‘아! 예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올봄 남녀를 사로잡은 봄 패션을 만나본다.

올봄 여성복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실용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에서 펼쳐진 ‘2012 봄여름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은 실험정신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대신 실용적인 디자인들을 대거 선보였다. 올봄 국내 브랜드들이 내놓은 봄 ‘신상’들도 마찬가지. 또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만큼 스포츠 감성이 더해진 스타일들이 뜨고, 최근 몇 해 동안 패션가를 주름잡았던 복고열풍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LG패션 모그의 나효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CD)는 “올봄에는 욕심 부리기보다 편안하고 무난한 스타일링 속에서 화사한 색상의 이너(안에 받쳐 입는 옷) 등으로 포인트를 준다는 생각으로 옷을 입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사한 색상의 옷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 유행 색상이 봄답게 흰색을 중심으로 핑크, 노랑, 하늘, 연한 황록, 연보라색 등 파스텔 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

컬러가 부드러운 대신 패턴은 다소 강렬해진 편. 베스띠벨리 디자인실장 신혜수씨는 “체크 무늬와 스트라이프 패턴이 스포티한 분위기로 제안되고 있다. 특히 줄무늬는 큼직한 테니스 스트라이프 느낌으로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 줄무늬는 흰 바탕에 감색이나 적색의 폭넓은 줄무늬가 같은 간격으로 배열돼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밖에 봄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무늬, 작은 물방울(도트)무늬 등도 여전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다양하다. 트렌드 정보회사 PFIN 유수진 대표는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스포츠웨어와 쿠틔르(고급맞춤복)가 접목된 형태로 표현되는 ‘그래픽 엘레강스’, 여성스런 레이디 라이크(Lady Like) 스타일, 바닷가를 산책하는 듯 여유로운 분위기의 데이 웨어 스타일 등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 엘레강스의 중심 아이템은 테일러드 카디건 재킷, 슬리브리스 톱, 길이가 긴 튜닉 블라우스, 통 넓은 플레어드 팬츠, 7부 길이의 폭이 좁은 크롭트 테이퍼드(Cropped Taperd) 팬츠, 몸에 딱 맞아 날씬해 보이는 시스(sheath) 드레스 등이다. 절개선과 다른 색상으로 면을 분할하는 블록킹(Blocking)을 통해 스포티한 느낌으로 제안된다.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은 1950년대 맞춤복 슈트에서 받은 영감에 스포티함이 가미된 ‘스포티 부르조아(Sporty Bourgeois)’ 스타일과 가정주부 룩에서 영감을 받아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섹시한 ‘스위티 패러독스(Sweet Paradox)’ 스타일로 나뉜다.

스포티 부르조아 스타일은 허리를 잘록하게 강조하는 ‘모래시계’형 실루엣과 무릎 아래 기장으로 우아하게 표현된다. 재킷 느낌의 아우터 블라우스와 허리선이 높은 하이웨이스트의 무릎 아래 기장의 펜슬 스커트를 같이 입는 것이 대표적인 스타일. 이외에 짧은 기장의 크롭트 스웨터를 다른 것과 겹쳐 입는 레이어링으로 편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다. 기모가공이 된 면, 평직 실크, 울 수팅 등을 뻣뻣하게 가공한 소재를 주로 사용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린다.

스위티 패러독스 스타일은 박시한 재킷, 아래로 갈수록 퍼지는 핏앤플레어 실루엣의 에이프런 드레스, 러플 칼라 카디건 등이 주요 아이템이다. 무릎 길이의 주름스커트나 A라인 스커트에 허리가 드러나는 브라톱, 반투명한 슬립드레스 등 란제리 룩을 같이 입어 섹시미를 더해주는 것이 착장 요령.

데이웨어 스타일은 파자마 슈트, 넉넉한 크기의 셔츠 드레스, 보트넥 스웨터 등으로 캐주얼한 느낌을 부각시키고 있다.

옷을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면 올봄의 유행 색상, 패턴 등의 정보를 머릿속에 새긴 다음 우선 옷장 속에 ‘내가 갖고 있는 봄옷’을 한번 훑어보자. 유행은 한꺼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지난봄에 마련한 옷 중에도 올봄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무엇을 보충하면 될지 메모한 다음 매장을 여러 바퀴 돌아보고, 눈에 쏙 들어오는 옷들은 무조건 입어보자. 그 중에서 메모지에 적힌 옷들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구입하면 쇼핑 성공률은 90% 이상 될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