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1) 주여, 저를 이곳에 있게 하신 뜻은 무엇입니까?

입력 2012-03-06 18:16


“하나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저를 역사적인 현장으로 가게 하신 뜻이 있을 게 아닙니까. 그걸 제게 알려 주십시오.…”

지난해 10월 10일 인천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계속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아무래도 이번 미국행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있을 것 같았다. 한미FTA 비준에 앞선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길에 나를 초청한 사실이 어찌 예사로운가. 나는 공식수행원이 아니라서 따로 비행기를 탔다.

눈을 감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퍼뜩 머릿속을 스쳐가는 게 있었다. 27일에 있을 ‘부사관 사랑음악회’였다. 국토방위에 고생하는 부사관들을 위해 내가 기획한 음악회에 대통령 영부인을 초청하고 싶어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 잘하면 이번에 영부인에게 직접 부탁할 수 있을지 몰라.’

어지럽던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듯했다. 시계를 보니 비행기가 이륙하고 다섯 시간 가까이나 흘렀다. 기도 겸 묵상 겸 생각에 빠져 있느라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비행기 승무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전도본능’이 발동됐다. 잠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한 뒤 통로를 지나가는 한 여승무원을 붙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SBS 예술단장 김정택인데 아시나요? 가끔 TV에도 나가고 하는데….”

“아, 예. 반갑습니다. 저희 비행기에 타게 돼서 영광이에요. 불편한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하세요.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싸! 제대로 걸려들었다.’ 직감적으로 잘 될 것 같았다. 나는 특유의 넉살을 부리며 대화를 이어가다 다른 승무원들을 불러줄 수 있느냐고 했다. 그녀는 금방 다섯 명의 동료를 데려왔다. 나는 다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 본심을 드러냈다.

“좀 있다가 승객들이 모두 잠들고 나서 예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제게로 오세요. 오늘 제가 멋진 선물을 드릴게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승객들 대부분이 깊이 잠들었다 싶을 때 두 명의 여승무원이 내 옆으로 왔다. 나는 짧은 간증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그들의 손을 잡고 영접 기도까지 마쳤다.

“앞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세요. 그러면 기막히게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겁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보증할 수 있어요. 예수님을 마음속에 모시기만 하면 두 분의 인생이 행복으로 도배질될 겁니다. 할렐루야! 아멘 하셔야죠.”

“아멘.”

나는 두 승무원에게 신앙적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라며 명함을 한 장씩 건넸다. ‘야호! 비행기 안에서 한 건 했다.’ 입에서 절로 찬양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처럼 누구를 만나든, 어떤 시간이나 상황에서든 전도에 초점을 맞추어 산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특히 수많은 연예인들이 내 전도의 대상이 됐다. 하나님을 만나 멋지고 행복하게 살게 된 입장에서 전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거룩한 부담감이랄까.

나는 이번 연재를 내 인생에 들어오신 하나님과 그분의 역사로 이루어진 전도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굳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던 일화를 앞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데 진짜 하나님의 역사는 미국에 도착한 뒤에 일어났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김정택 장로=1950년 서울 출생. 서울대 음대 기악과 졸업. 높은뜻푸른교회 장로. 97동아시안게임, 건국 50주년 경축행사, 동계아시안게임, 2002부산아시안게임, 2002월드컵 전야제, 2003대구유니버시아드 등에서 음악 작·편곡. 하이서울 페스티벌 음악감독.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밤이면 밤마다’ ‘미워요’ ‘정말로’ 등 300여 히트곡 작곡. MBC 아름다운 노래 대상·백상예술대상 기술상·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