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안녕, 스트레스!

입력 2012-03-06 18:13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중 1위가 스트레스(stress)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stringer(팽팽히 죄다, 긴장)다.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한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심장병 위궤양 고혈압 따위의 신체적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면증 신경증 우울증 따위의 심리적 부적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면장애로 토끼 눈이 되어 출근하는 동료, 종양제거 수술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지인 등이 병원을 찾으면 병의 첫번째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가벼운 원인으로 시작된 스트레스도 증상이 계속되면 건강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다면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를 ‘새로 고침’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 등 하나마나한 지침이 아니라 정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줄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달리기였다. 한동안 밤마다 한강을 달린 적이 있다. 까만 밤하늘,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과 토해내듯 내뱉는 숨은 모든 것을 잊게 했다. 어느 순간, 머리가 시원해지고 두통이 가셨다.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가 절로 가슴에 새겨지면서 내게 온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받아들였다. ‘내 삶이 더 나아지려고 그러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부록으로 따라왔다.

벌판을 달리다가 험한 산 하나를 넘었을 때나 넓은 강 하나를 건넜을 때는 반드시 축제를 열라고 한다. 북 치고 노래하며 춤을 추어라. 기적이라는 것은 믿음에서 생겨난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기우제처럼, 비가 오는 모습을 선명하게 그리고 비가 내릴 때까지 상상하며 춤추는 것이다. 성취 후에는 나에게 선물하고, 잠시 멈추고 싶을 때는 미래의 나를 그리며 재충전하여 강화시키는 행위가 필요하다.

주말 저녁, 콘서트를 찾았다. 달콤한 목소리를 지닌 4인조 그룹의 공연. 감미로운 음악에 심취해 눈물짓고, 함께 노래하며 신나는 비트에 맞춰 방방 뛰고 나니 긴장된 기분이 가라앉았다. 행복지수는 상승되면서 축 처진 어깨가 올라갔다. 여유 시간을 활용하면 비생산적인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한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그날 콘서트는 복잡한 일상생활의 또다른 ‘새로 고침’이 되어 나에게 선물이 되었다.

‘새로 고침’이 필요한 순간, 눈물은 스트레스 배출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어른이니까 울면 안돼!”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 어른도 어차피 어른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어린아이 아니던가.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힘을 주는 친구와의 만남도 좋다. 스트레스는 경쟁사회가 낳은 현대인의 탄식에 다름 아니다. 스트레스가 온다 싶으면 원인을 얼른 포착해 관리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다시 달려야 될 것 같다.

안태정(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