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찬양·기도의 힘… 대입 실패 고난을 유익으로 바꿨죠”
입력 2012-03-05 19:52
교인 평균 연령 19세. 전 성도가 입시에 실패했다. 교인들의 기도제목은 한결같다. 대학 합격. 새벽 5시30분 일어나 경건의 시간(QT)을 갖고 13시간 수업이라는 강행군에 들어간다. 국내 유일의 재수생 교회인 경기도 양주 월드비전교회 이야기다.
지난 4일 오전 9시 주일예배에서 길동명(40) 목사는 교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여러분, 죄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단적인 예를 들어 볼게요. 구약에서 오만한 인간이 바벨탑, 그 바벨탑만 안 쌓았어도 수능 외국어 영역은 없었어요!” “헐∼.” “재수라는 배에 올라타고 왜 그렇게 슬프고 어려운지 아세요? 내 힘으로 배를 움직이려니 힘들고 어려운 거예요. 우리의 주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면 재수생활도 축복의 시간이 될 줄 믿습니다!” “아멘!”
친구들은 대부분 ‘12학번’이란 이름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낙방의 고배를 마신 교인들은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내가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너 이러려고 재수시킨 줄 알아’ ‘누구누구는 어디 대학교 갔다더라’와 같은 말은 교인들에겐 금물이다. 컴퓨터 게임과 연애는 ‘선악과’와 같다.
하지만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시 119:71)이라 했던가. 고난은 이들을 어엿한 성도로 만들었다. 매주 수요예배와 토요기도회, 성경공부, 주일 예배를 철저하게 지킨다. 예배 때는 교인들이 직접 드럼과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를 맡아 찬양한다.
김초희(21·여)씨는 “대학입학 후 적성에 안 맞아 고민 끝에 삼수를 결단하게 됐다”면서 “여기 들어오기 전엔 교회 문턱도 넘어본 적이 없는 데 이제는 교회생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박철환(20)씨도 “수시전형으로 의예과에 들어가려 했지만 한 문제 차이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면서 “여기 와서 그동안 예수님이 아닌 내 힘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교만이 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는 ‘영혼이 잘돼야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해진다’는 월드비전 기숙학원 이사장 심금자(62) 권사의 신념에 따라 지난 2007년 설립됐다. 길 목사는 “아이들이 처음 학원에 오면 굉장한 패배감과 심리적 불안감,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1년에 250일 이상 24시간 같이 생활하면서 아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다보니 자연스레 신앙을 회복하거나 예수를 만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2명이 결신했다”고 설명했다.
양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