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기업 이윤 국민에게 나눠주자” 정책대안 주목… 전인대서 잇단 의견 제시

입력 2012-03-05 22:29


중국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양회는 민의가 전달되는 흔치 않은 통로 역할을 한다.

양회 대표들은 대회 시작 전 미리 정책 건의를 하지만 양회 기간에도 인민대회당 주변 등에서 언론의 취재에 응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그런 만큼 평소에 듣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거나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올해도 ‘국영기업의 이윤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등 경제 분야의 정책적 대안이 주목을 받았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부부(步步)상업연쇄공사 사장 왕톈(王塡)은 국유기업의 2년치 이윤을 상품 구매권 등 형식으로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주장해 5일 중국 언론의 큰 관심을 모았다. 부부상업공사는 유통업체로 왕톈은 내수주도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소비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국유기업들의 이윤총액은 2조2556억 위안에 달했다면서 이를 13억 인구로 나누면 1년에 1인당 1500위안(26만5500원), 2년이면 3000위안이 분배된다고 밝혔다. 그는 2년간 4조 위안이 풀리면 승수효과에 따라 10조∼20조 위안이 공급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히는 음료 전문 와하하 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지난 3일 한 회견에서 “중국도 이제는 민간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쭝 회장은 “정부가 독점기업이 돼 모든 것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지금 중국 경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정부는 수입이 너무 많은 데 반해 인민은 소득이 너무 낮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과 투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세금을 낮춰 개인 소득을 높이면서 성장을 촉진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5세대 지도부를 이끌 시진핑(習近平)도 “이런 견해에 동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번 양회에 맞춰 1990년대에 중국에서 에이즈 병원균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한 뒤 에이즈환자가 수만명이나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아시아 캐털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이제 특별 기금을 설치해 ‘세계 최대의 재앙’으로 인한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의 에이즈환자 수가 70만명으로 그 중 수혈 잘못으로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6만500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한 비영리기구 관계자는 병원균에 오염된 혈액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100만명이나 되며 그 중 10만명 가량만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