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굴욕… 국제영화제 트로피 37개지만 국내 개봉 18일째 관객 8만7000여명
입력 2012-03-05 18:44
프랑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는 모두 37개다. 지난해 5월 제64회 프랑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장 뒤자르댕)을 시작으로 9월 제59회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으며, 11월 제76회 미국 뉴욕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했다.
올 1월에는 제18회 미국 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에 이어 제32회 영국 런던비평가협회상 작품·감독·남우주연 등 3관왕과 제69회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남우주연·음악 등 3관왕에 올랐다. 2월 제65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주연 등 7관왕과 제37회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작품·감독·여우주연(베레니스 베조) 등 6관왕에 이어 제84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주연 등 5관왕을 거머쥐었다. 이외의 다른 상을 포함해 총 37개 트로피를 획득했다.
수상 실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아티스트’의 국내 흥행 성적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참패’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90개 스크린으로 개봉한 ‘아티스트’는 18일째인 4일 현재까지 누적관객 8만7105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483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봉 이후 관객이 계속 줄어들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틀 뒤인 28일에는 3826명(58개 스크린)을 모아 전일 대비 50%의 관객 증가율을 보였다. 공휴일인 3월 1일과 주말인 3일 스크린을 각각 91개와 103개로 늘려 9095명과 7335명을 모았으나 4일에는 다시 5728명(93개 스크린)으로 줄어들었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것은 3728명(94개 스크린)으로 9위를 차지한 3월 2일 하루뿐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에 관객몰이를 은근히 기대했던 ‘아티스트’의 초라한 흥행 기록이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3D 영화 등에 길들여진 젊은 관객들이 1920년대를 배경으로 대사가 거의 없이 진행되는 흑백 영화를 외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장년 관객들도 “영화에 대한 향수 같은 걸 기대했으나 너무 지루하게 전개돼 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