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모자 같은 사람
입력 2012-03-05 18:21
모자를 쓴 당신의 모습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그건 사실 남을 의식하거나 스스로 불편함을 참는 타입이지요. 옷 입을 때도 타인을 의식해 어울리는 색만 골라 입거나 굳이 나이를 의식하는 것은 참 쓸쓸한 법이지요. 웬만하면 내가 생각한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해 봐야지요. 모자란 본디 바람도 막아주고 추위와 더위도 막아주며 머리가 숭숭 빠져나간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거나 멋까지 동반하는 아주 따스한 물건입니다.
가끔 모자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냥 거기 가만히 내 머리 위에 얹어져 멋을 부려주거나 아니면 추위를 이겨내게 하는 그런 인정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모자일 필요는 없지만 모자처럼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왜일까요? 모자가 필요 없다면 고통과 스스로의 연민을 잘 버티고 사는 사람입니다. 모자가 그리운 것은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여기저기 생채기로 남은 내 삶의 그늘을 덮고 싶은지 모르겠네요. 우리 모두 모자를 써 봐야지요.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