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틴의 귀환] 회전목마·밀실개표… 부정선거 제보·증거사진 속속

입력 2012-03-05 18:46

러시아 대선 개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낙승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잇따르고 있어 차기 푸틴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5일 이번 선거에서도 ‘회전목마(carousel) 투표’가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는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전목마 투표는 주소지 외의 곳에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 확인서’를 확보해 한 사람이 여러 차례 투표하는 조직적 불법선거로 지난 12월 총선에서도 기승을 부렸다. 로이터통신은 4군데 투표를 해주면 2000루블(7만6000원 상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모스크바 유권자 사례를 소개했다. 회전목마 투표자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 사진 등도 속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미리 기표된 투표용지를 무더기로 투표함에 집어넣거나, 군이나 공장에서 상급자가 투표를 강요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유권자가 6%밖에 되지 않는 북부 카프카스 지방에서 푸틴이 100% 가까운 지지를 받은 사례 등 밀실 개표로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푸틴 성향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실질적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데 큰 의혹을 갖고 있지만 대규모 부정에 관한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기는 어렵다”면서 “러시아의 취약한 선거시스템은 1989년 이후 행정력에 휘둘려 왔다”고 지적했다. 선거에서 2위를 한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불법적이고 불공정하며 불투명한 선거”라고 비난했다. 반면 푸틴 측은 “러시아 역사상 가장 정직한 선거였다”고 맞섰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도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밝혔고, 국제참관단도 심각한 선거법 위반은 없었다고 말했다.

5일부터 모스크바 푸슈킨 광장 등 러시아 곳곳에서는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항의집회가 3월을 넘겨 장기화하거나 모스크바 외의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