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토론회] 카바수술… 혁명적 ‘의술’인가 위험한 ‘사술’인가

입력 2012-03-05 18:12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국내 주요 보건의료정책과 관련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정책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토론회 주제는 지난 수년간 안전성 논란을 빚어온 ‘카바수술’로 선정했습니다. 카바수술은 도입 당시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기존 판막치환술을 시행하던 의료진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카바수술 권위자 송명근 건국대병원 교수와 흉부외과학회, 심장학회 등 의료계는 지난 4년여간 독창성과 안전성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양측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카바수술의 안전성 논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편집자주>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

◇주제: 카바수술 안전성 논란

◇일시: 2012년 2월 21일

◇참석자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최종범 (전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김용인 (서울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 아나운서

◇방송

3월6일(화) 13:20∼14:50 쿠키건강TV

○사회= 의료계에서 4년이 넘게 지속돼 온 카바수술 논란의 핵심은?

◇송명근=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대동맥 판막 치환술이 주요한 수술법이었다. 하지만 2007년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권유에 따라 카바수술을 신기술로 신청하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는 카바수술이 기존 판막 치환술의 보완품이 아니라 대체품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폰을 쓸 것이냐, 갤럭시를 쓸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삐삐를 쓸 것이냐, 핸드폰을 쓸 것이냐의 문제와 같다. 때문에 기존의 판막 치환술을 전문으로 해 온 의사 및 관련 직종 종사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밖에 없었다.

◇최종범= 처음에는 수술의 독창성이 문제가 됐다. 이후 안전성과 함께 수술 시행 절차의 적법성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환자의 집중화, 즉 밥그릇 싸움에 있다.

○사회= 카바가 왜 독창적 수술법인가?

◇송명근= 카바수술은 지금까지 시행돼 온 어떤 판막 수술과도 다른 아주 독창적인 수술법이다. 카바수술은 단순히 카바 링을 쓰는 수술이 아니라 판막질환의 원인을 대동맥근부와 판막엽의 문제로 나눠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교정하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이 다른 판막 수술과 차별화되는 가장 핵심은 대동맥 근부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정확히 계산해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심장외과 의사들이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부분이다.

◇최종범= 새로운 수술은 과거의 지식에 기반을 두기 마련이다. 카바수술은 기존의 판막기능을 그대로 살리자는 쪽이고 판막치환술은 통째로 인공판막으로 바꾸자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다.

◇김용인= 카바수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 수술의 원리적인 면을 알면 기존 수술법과 다른 독창적인 수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이 수술법에 대해 특허를 준 사실만으로도 독창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본다.

○사회= 수술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송명근= 수술과정에 특허를 주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이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유사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수술과정까지 특허를 인정해 원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카바수술에 사용되는 링은 2003년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받은 것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인도, 중국, 유럽연합에서 특허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월 특허를 받았다.

○사회= 카바수술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송명근= 20년 간 연구를 하면서 수술법과 관련, 방대한 양의 동물 실험을 했다. 이 중 법적으로 요구되는 자료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CE 인증을 위한 자료들로 모두 제출했다. 이 외의 핵심 기술에 대한 자료는 특허권 보호를 위해 공개가 어려웠다. 하지만 오는 7월 책을 통해 동물 실험 결과를 상당 부분 발표할 예정이다. 책을 통해 자료가 공개되고 나면 이러한 논란은 없어질 것이다.

○사회= 카바수술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송명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 보고서에는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카바수술은 판막질환 뿐만 아니라 대동맥근부 질환에도 적용하는 수술이다. 카바수술에 대한 성적 비교를 합리적으로 하려면 같은 대조군을 비교했어야 했다. 하지만 보의연은 단일 판막치환술의 성적과, 대동맥박리증과 같은 위험이 높은 질환 및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된 질환 등이 모두 포함된 카바수술의 성적을 비교했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최종범= 카바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보의연에서 제출한 ‘종합적 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의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 연구 보고서’는 문제가 많았다. 이 보고서 안에 기록된 129례의 심초음파 검사결과는 관련 전문가들의 최종 검토조차도 거치지 않은 엉터리 집계였다. 지금이라도 그 보고서의 표와 테이블 만이라고 학회지에 게재했으면 좋겠다. 상당한 연구비를 들여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치고는 너무 조잡하다.

○사회= 카바수술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여전히 냉랭한데 이에 대한 의견은?

◇최종범= 카바수술 자체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송 교수의 윤리적 문제까지 걸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해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카바수술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3년으로 규정했다가 이제는 10년까지 연장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진다.

◇김용인= 카바수술은 단순히 링을 넣는 수술이 아니라 대동맥 근부의 수축과 이완을 통한 변화를 철저히 파악해야 하는 수술법이다. 의료계 내부에서의 소통이 필요하다.

○사회= 10년 뒤 카바수술로 인한 재수술이 70∼80%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송명근= 카바 수술도 경우에 따라서는 재수술이 필요하다. 다만 5∼10년마다 반드시 주기적인 재수술이 필요한 조직판막 치환술과 비교했을 때 카바수술은 주기적인 재수술이 필요치 않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평생 재수술 없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 카바수술에 대한 전향적, 후향적 연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최종범= 처음부터 보의연은 후향적 연구를 할 의사가 없었고 무조건 말살하려고 덤벼들었다. 국가기관의 이름을 가진 보의연의 행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의료행위전문 평가위원회에서 송 교수에게 책임을 맡기고 연구를 진행한다기에 믿었더니 편향된 위원으로 구성된 카바관리위원회가 대상자의 90%를 싹둑 잘라 전향적 연구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의 행태는 반드시 감사원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사회= 지난해 7월 고시와 관련해 전향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송명근= 전향적 연구를 위해 본인이 연구 책임자로 5개 병원이 함께 연구하기로 하고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카바수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들로 구성된 카바관리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위원회에서 카바수술 대상의 90%를 제한하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으로 적응증이 대폭 축소돼 수술이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배제되는 바람에 연구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따라서 신기술 신청을 포기하고 기존의 대동맥 판막 성형술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사회= 카바 수술 논란을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송명근= 의학 역사상 신의료기술이 기존 의학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논란에 시달리는 것은 반복돼 온 일이었다. 앞으로도 획기적인 신의료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러한 갈등이 일어난다면 국가적으로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다.

◇김용인= 일본에서 카바 수술과 관련된 학술대회를 한 적이 있다. 일본 의료계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고 의학 기술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열린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정리=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