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일상에 녹아든 하나의 문화 편견 없애야”… 게임문화재단,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운영

입력 2012-03-05 17:59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가 부모를 살해했다” “학교 폭력의 원인이 게임이다”…, 요즘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식들이다. 과연 게임이 뇌를 자극해 폭력성을 일깨우는 걸까? 정답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은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든 하나의 놀이문화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문화로 여길 수 있도록 게임의 긍정적 기능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게임문화재단(이하 재단)은 게임에 과몰입 된 게이머의 치료를 돕기 위해 서울, 부산, 전주 3곳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은 “게이머에 대해 함부로 중독이라거나 환자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게임은 단 30분을 해도 과몰입 일 수 있고 3시간 이상을 해도 즐기는 수준이거나 게임에 재능을 가진 마니아 일 수 있다. 중독 혹은 과몰입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게임에 대한 어긋난 애착’이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들고 살인까지 이어졌다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폭력의 직접적인 원인은 게임이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게임이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충동적인 폭력을 저지르게 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용환 재단 사무국장은 “언론에서 연일 폭력, 자살 등과 게임을 엮어 보도하면서 부정적인 면만 보여주고 있지만 게임은 자아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자제력을 키워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흔히 부모들은 게임하는 아이를 보면 화가 나서 컴퓨터 전원을 일방적으로 끄거나 코드를 뽑아 버린다. 아이는 게임 속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정성을 쌓아간다. 아이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자신으로 여기고 게임 속에서 수행하는 미션을 통해 도전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아이가 마왕에게 칼을 꽂으려는 마지막 순간 부모가 코드를 뽑아 버린다면 아이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낀다. 마왕을 향하던 칼날이 부모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일방적인 코드 뽑기는 아이가 쌓아온 노력과 공들인 시간, 아이가 게임 속에서 했던 도전을 배신하는 행동”이라며 “게임을 오래한다고 느껴진다면 ‘30분 후에 끄겠다, 10분 후에 끄겠다’라는 사전 예고제를 실천하고, 아이가 하는 게임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왜 하는지를 알아야 아이의 관심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돌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경우가 있다. 재단은 게임을 즐기는 군과 게임에 과몰입된 군을 나눠 그에 따른 예방과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 사무국장은 “게임은 나쁘니 하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과몰입이 되지 않고 문화로 느낄 수 있도록 정착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게임과몰입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병원을 찾아 뇌 사진을 찍고 이를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 의학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게임을 오래한다는 기준으로 아이를 중독으로 볼 수는 없다. 게임은 알코올 중독처럼 뇌를 자극해 신체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절제력을 갖고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게임은 하나의 스포츠인데 단지 게임의 순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혼란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게임은 단점을 극복할 만큼의 콘텐츠 개발이 덜 돼 일반적인 문화가 못된 것뿐이다. 마니아와 과몰입, 즐기는 것의 확실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게임과몰입은 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단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중독자, 환자로 봐서는 안 된다. 게임의 순기능을 충분히 살리고 스스로 게임의 장단점을 구분하도록 돕는 것이 사회와 가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