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바르셀로나의 잠 못 드는 밤을 넘어서
입력 2012-03-05 18:36
몇 년 전 바르셀로나 집회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성 가족교회 건축 현장을 방문하였다. 성 가족교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아우디가 설계하여 200년 동안 계속해서 건축하고 있다. 물론 그 교회는 개신교 건물이 아니라 가톨릭 건물이지만 얼마나 장엄하고 웅장한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건물을 짓고 또 한쪽에서는 200년이나 된 건물을 청소하며 관리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건물을 200년 동안 지어온 이유는 웅장하게만 지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건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도들의 헌금이 들어오면 짓고 멈추기도 하다가 다시 헌금이 들어오면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을 안타깝게 여긴 스페인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성당 측에서는 그 보조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왜냐면 성전 건축은 자기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축복이요, 영광이니만큼 축복의 기회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 대에 못 지으면 자녀들이 지을 것이고 자녀들이 다 못 지으면 또 그 후손이 지을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자기들은 가문 대대로 복을 받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바르셀로나의 깊은 밤을 하얗게 새우며 잠을 못 이루었다. 구교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들은 성전 건축에 대한 훌륭한 믿음을 지녔을까.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떤가. 교회 건축을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고 알레르기 반응부터 나타낸다. 안티 크리스천뿐만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도 반대부터 한다. 물론 교회 건물이 교회는 아니다. 누가 교회 건물을 교회라고 이야기하겠는가. 그리고 건물이 없는 교회,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물이 없는 교회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교회 건물 안 짓는 것을 자랑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건물이 교회 기능으로서 꼭 필요한 하나의 그릇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왜 예배 예식을 지키는가. 예식은 은혜를 담는 하나의 기구이고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물론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누가 더 크고 웅장한 건물을 짓느냐며 경쟁을 하고 과시성으로 지으면 문제가 다르다. 그러나 교회가 필요에 의해서 짓는 것은 크건 작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아니 그것은 가장 큰 영광이고 축복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유형 교회 없이 무형 교회가 있을 수 있으며, 건물 없이 교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지금도 바르셀로나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잊을 수 없다. 그 새하얀 밤을 넘어 한국교회도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건물이 본질은 아니지만 정부에서의 보조금조차 정중히 거절하고 믿음과 헌신으로 성전을 짓겠다는 그들의 갸륵함이 한국교회 성도들의 심장을 두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시, 바르셀로나의 잠 못 드는 밤을 넘어서 눈부신 여명을 향하여.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