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美 공화 경선은 敵前분열 양상

입력 2012-03-04 19:31

슈퍼 화요일(3월 6일)을 앞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점차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경선이 중반에 접어들고 혼전이 거듭되면서 경선 자체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끌기보다는 내부의 소모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대결보다는 감정 싸움 쪽으로 흐르고, 상대방의 흠집을 들춰내기 위한 개인적 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보수층의 일부 전략가들은 이런 식으로 경선이 흐른다면 본선에서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 일각에서는 오는 6일 버지니아 오하이오 등 무려 11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사실상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전투구 식으로 진행되는 경선을 마치고, 힘을 한데 모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슈퍼화요일에 사실상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산술적으로 대의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과반을 얻지 못하더라도 뚜렷하게 우세한 후보가 있으면 정치적으로 힘이 모아질 텐데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다.

밋 롬니와 릭 샌토럼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뉴트 깅그리치 후보는 여전히 저력 있는 정치인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비상상황에 대비하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는 없다. 정통 보수 세력은 롬니에게, 중도 보수 세력은 샌토럼에게 각각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여론의 평판이 좋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나, 공화당의 샛별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 등을 ‘만약을 대비하는’ 대권 후보군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경선 과열 부작용 우려와 더 나아가 비상상황 대비론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시각에서 보자면, 공화당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동안 밀려나 잠잠했던 ‘공화당의 치어리더’ 사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도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보수세력 최대 집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APC) 연설에서 “(정 안 되면) 나라도 미래 공직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공언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지금 공화당의 경선 상황을 적전(敵前)분열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