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위기 형제자매를 위해 울어주세요”… 새터민 학생·연예인 눈물의 합창

입력 2012-03-04 22:03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우리와 함께 울어요)’가 열린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콘서트홀은 북한과 중국에 있는 형제자매를 살려달라는 탈북자들의 눈물어린 호소로 가득했다.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간신히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놓인 탈북 동포들을 돕기 위해 한데 모였다.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연예인들도 함께했다.

4일 100주년기념관 앞엔 공연이 시작되기 2~3시간 전부터 탈북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4시쯤에 탈북자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학생 20여명을 만날 수 있었다. 김모(18)군은 콘서트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사람을 살릴 수 있잖아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한 이들의 모습은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있는 동포를 생각하는 마음, 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놓인 형제를 걱정하는 눈빛은 남달랐다.

이날 공연은 국내에 있는 탈북자 900여명이 지켜봤다. 일반 시민도 100여명이나 동참했다. 공연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을 위해 장미꽃과 마스크를 준비했고 일부 탈북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지켜봤다. 오후 7시15분부터 영화배우 차인표씨를 비롯해 부인 신애라씨, 가수 윤복희·노사연·김범수씨 개그맨 이성미·박미선·송은이씨 등 인기 연예인 40여명이 공연을 시작했다. 가수들의 노래와 탈북자들을 도와달라는 호소를 들은 탈북자들은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쳤다. 특히 탈북청년 대표로 이경화(27·여)씨가 탈북했다가 북송된 자신의 경험 등이 담긴 편지를 읽자 백발의 노인까지 눈물을 흘렸다. 여명학교 학생들은 연예인들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라 차씨가 탈북자 역을 맡았던 영화 ‘크로싱’의 주제곡인 ‘크라이 위드 어스’를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2010년 10월 탈북한 여명학교 고등과정 3학년 강현민(26·가명)씨는 “지금까지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북송되는 것을 보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며 “이렇게 연예인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많이 위로가 되고 희망이 생긴다. 나도 북송되는 탈북자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는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예인의 자발적 모임인 ‘크라이 위드 어스’가 준비했다. 이 모임은 차인표씨와 이성미씨가 탈북자 실태를 알리기 위해 동료 연예인들을 모아 결성했다. 대관료 등 콘서트 준비 비용은 차씨 등이 부담했다.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조지 클루니 등 해외 유명 연예인이 이라크나 아이티 난민을 돕기 위해 자선 콘서트를 연 것처럼 탈북자를 돕는 것이 콘서트의 목적이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계속할 계획이다. 아시아, 유럽, 미국의 연예인과도 연대해 국제적인 콘서트로 확대키로 했다.

차씨는 “기아 난민, 쓰나미 피해자를 돕듯이 탈북자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첫 신호탄”이라며 “우리는 순수하게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모였고 콘서트를 통해 전 세계 선한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