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에이팩 총회’서 일부 유대인들 “美가 이란 선제공격해야” 주장

입력 2012-03-04 19:08

3월 첫 주말인 3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유대인의 천국이 됐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1만4000여명의 유대인들이 워싱턴DC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4일 시작된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의 2012년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DC에 모였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부분의 장관들이 날아왔다.

총회는 이날 오전 9시30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로 시작됐다. 6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 동안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400여명의 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상·하원 535명 중 70% 이상이 모이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의회 합동연설을 빼놓고는 이 정도 상·하원 의원들이 모이는 행사는 없다. 그만큼 이 조직의 정치적 힘이 세기 때문이다. 6일에는 밋 롬니, 릭 샌토럼 등 공화당 대통령 후보 3명도 위성중계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연례 에이팩 회의는 미국 내에서도 최대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행사다. 특히 올해에는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로 미국은 물론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회가 열리기 전인 2일에 발간된 시사월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이팩 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친유대계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총회에서 1만4000여명의 유대인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일부 유대인들은 미국이 이란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에 참석한 적지 않은 상·하원 의원들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에서는 또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과 협상 재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총회에 참석한 네타냐후 총리는 5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핵농축 활동 중단, 핵시설 해체, 농도 3.5% 이상의 핵물질 외부 반출 등 세 가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어느 정도까지 핵개발을 했을 경우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이냐는 이른바 ‘레드 라인’을 명확히 표명하라고 주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Key Word - 에이팩(AIPAC)

1947년 유대계 미국인과 의회 인사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한 미국 내 최대의 유대계 시민로비단체다. 신의 이름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신의 조직’이라고도 불린다. 설립 취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증진’이 목표다. 지난해에는 정례총회 행사 4일 동안 2억7000만 달러(3000억원)를 모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 빨리 참전했더라면 히틀러의 학살로부터 수만명의 유대인들을 구할 수 있었다는 미국 내 유대인들의 자각에서 설립됐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사실상 미국 내 최대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