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뒤숭숭한 TK… 새누리, 현역 70%선 물갈이설에 지역구 여론조사 조작 파문까지
입력 2012-03-04 21:38
새누리당의 대구·경북(TK) 지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당 안팎에서 현역의원 공천배제 폭이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는 데다 현역의원의 지역구 여론조사 조작의혹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지역 언론들은 4일 TK 현역의원 일부가 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경북 문경·예천이 지역구인 이한성 의원 측은 지난달 28일 주민들에게 ‘(알림) 여론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연령을 30·40대라고 대답하고 응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시지는 즉각 네티즌들에 의해 사진으로 촬영돼 지역 인터넷사이트와 중앙당 홈페이지에 게재됐으며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이 의원은 “농촌지역 특성상 30·40대 연령층에 대한 여론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홍보하려다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는 “밤낮없이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사이에 선거사무실 관계자들이 저도 모르게 그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됐다”며 “문자를 보낸 직원들을 엄히 꾸짖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일일이 사과 문자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구 달서병에 출사표를 던진 김석준 전 의원은 지난 3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구 지역 현역의원 일부가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조작하려고 시도했다며 중앙당에 사실 규명을 요청했다. 김 전 의원은 3~4명의 현역의원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설문 전화가 오면 20·30대라고 연령을 속이라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천위 산하 ‘클린공천지원단’ 위원장인 김옥이 의원은 “사실로 밝혀지면 공천 탈락을 포함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여론조사 조작 시도는 공천위가 TK 지역을 ‘물갈이를 통한 텃밭 희생론’의 표적지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현역의원들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지역 현역의원들은 당의 공천 전반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다. 대구의 한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현역 교체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현역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의 얘기”라며 “무더기로 현역을 잘라내고 역량도 안 되는 후보들을 갖다놓으면 그냥 (당선이) 쉽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현역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그땐 당에서 무슨 얘기를 할 거냐. 여론조사로 교체를 결정해선 안 된다. 의원 활동과 역량으로 평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친박근혜계 의원은 “대구는 물론이고 영남권이 싹 물갈이가 되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진은 없고 초선들만으로 대선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지역의 한 의원 역시 “박 위원장이 초선들만으로 TK 민심을 모아 대선 당선 동력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역을 희생양 삼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흥분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