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1년 3분기 ‘가계부실지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입력 2012-03-04 18:27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3분기의 가계부실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실지수의 위험도는 가계 이자지급부담 증가와 원금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장기화할 조짐이다.

LG경제연구원은 4일 ‘가계부실지수로 본 가계부채’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가계부실지수는 가계 부문의 소득여건(실업률), 지급여력(흑자율), 이자부담정도(이자상환비율), 원금상환능력(부채자산비율) 등의 지표들을 종합한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부실도가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실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1.76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4분기(1.68)보다도 큰 수치다. 90년부터 측정된 가계부실지수는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1분기 때 4.64로 가장 높았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연구원은 “가계의 원금상환능력, 지급여력, 이자부담수준이 모두 악화되면서 가계부실지수가 높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가계부실 악화는 주가 급락에 따른 자산감소와 이자상환비율의 지속적인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개인금융자산은 전 분기보다 41조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개인금융부채는 증가세가 지속돼 전 분기보다 20조6000억원이 늘어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크게 올랐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을 보여주는 이자상환비율도 지난해 2.8%를 기록,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이자상환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저수준의 대출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보고서는 “가계대출금리가 안정적임에도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누적으로 원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말에는 흑자율(가처분소득 대비 소득과 소비차 비율)이 크게 늘면서 가계부실지수가 0.77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가계가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경기둔화로 인해 허리띠를 조이는 등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흑자율이 늘었던 터라 긍정적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만기가 도래하거나 거치기간이 만료된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가계부실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물가 안정,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부채축소 과정을 꾸준히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