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기름값 왜? 국제유가 2008년보다 싼데 국내 휘발유값 사상 최고

입력 2012-03-04 18:27

국내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국제유가와 다른 국내 휘발유가격 상승 배경에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40달러였던 과거에 비해 현재 120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휘발유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기 때문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주 휘발유 공급가격(세금 제외)은 전주보다 ℓ당 30.1원 상승한 1010.3원을 기록했다. 이전 사상 최고가격인 987.1원(2008년 7월 둘째 주)보다 23.2원 높은 수치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도 이날 오후 3시 현재 ℓ당 2014.10원으로 전날보다 0.61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었던 2008년 7월 상황과 비교해 적잖은 의문을 낳는다. 두바이유는 2008년 5월 12일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뒤 7월 4일 140.70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어 8월 4일 122.51달러를 끝으로 3개월 가까이 12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올해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 23일부터다. 국제유가만 놓고 보면 당시보다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싸야 맞다.

그러나 두바이유가 120달러를 넘어선 2008년 5월 넷째 주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세전)은 ℓ당 942.44원,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뚫었던 6월 첫째 주엔 948.25원이었다. 국제유가는 높았는데도 휘발유 공급가격은 오히려 지금보다 70원 가까이 싼 셈이다. 또 두바이유가 120달러 안팎이었던 2008년 8월 첫째 주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은 ℓ당 815.67원으로, 지금과 비교해 2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국내 휘발유값이 비싼 것은 각종 유류세가 많이 붙은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넷째 주 보통휘발유에 ℓ당 829.17원이 붙었으나, 지난 2월 넷째 주엔 921.56원으로 2008년과 비교해 100원 가까이 세금이 더 늘었다. 이는 2009년 5월 21일 교통세에 탄력세율 11.37%가 붙으면서 각각 교통세의 15%와 26%인 교육세와 주행세도 늘어났고, 세금을 포함한 정유사 공급가격의 10%인 부가세도 함께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유업계는 환율차이 때문에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철저한 환헤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환율 탓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유류세와 정유사만 아는 공급가격 셈법 때문에 소비자만 등터지는 셈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