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 사용자 혼란 초래한 당국의 무사안일
입력 2012-03-04 18:10
좋은 정책이라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지난 2일부터 은행 영업시간 중에 마그네틱 방식의 카드 사용자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 금융감독원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카드 불법복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진 의도는 썩 괜찮았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카드는 뒷면에 자기장이 있는 마그네틱형, 앞면에 집적회로(IC)가 있는 IC형, 마그네틱과 IC가 들어 있는 혼합형 등 3가지다. 최근 3개월 동안 한 번 이상 사용된 카드 4900만장 가운데 IC형이거나 혼합형은 4000만장이고, 마그네틱형은 900만장에 달한다.
문제는 IC카드보다 마그네틱 카드를 복제하는 것이 훨씬 쉬워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최근 4년간 마그네틱 카드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액이 4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불법복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시일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바꾸려는 정책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었는데도 준비소홀과 홍보부족으로 카드 사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말았다. 사전에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고객들은 은행 영업시간 내내 ATM을 통한 현금 인출이나 이체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여러 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BC카드는 준비 부족으로 새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10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이틀 만인 4일 마그네틱 카드 사용 제한 조치를 6월 1일로 연기했다. 마그네틱 카드 사용자가 IC카드로 전환하도록 우편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유도하고, 언론 광고 등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에 부족한 IC칩을 확보하도록 지시하고 금융기관별로 IC카드 전환실적도 점검할 방침이다. 진작 이런 조치를 취했으면 혼란이 없었을 텐데, 큰 아쉬움이 남는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