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9) 聖畵에 등장한 달과 별

입력 2012-03-04 17:59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이 수복(修復)하던 작품의 작가 루도비코 치골리는 1610년 교황청으로부터 산타마리아 마지오레 성당 돔 그림을 주문 받는다. “8월 5일 한여름 밤 꿈에 성모마리아가 나타나 로마에 눈이 내릴 테니 그곳에 성당을 세우라”는 계시에 따라 건축되었다는 곳이다.

여기에 새로 증축된 돔에 그린 장면은 요한계시록 12장에서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아래는 달이 있고 머리에는 열두 별의 면류관을 썼더라고 묘사한 마리아의 모습이었다.

적색과 청색, 금색의 로브를 입고 금색 후광에 싸인 치골리의 마리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발밑에 달을 그린 부분이다. 당시 종교관에 따라 표면을 매끈하게 그리던 관행에서 벗어나 울퉁불퉁한 크레이터가 있는 초승달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바로 그 해 갈릴레오의 책에 수록되었던 달의 데생과 똑같이 그린 것이다.

갈릴레오와 치골리는 어릴 때 공부를 함께했던 절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과학자 친구의 새로운 발견을 화가인 친구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치골리 자신도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을 것이라는 것이 후대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단순히 신뢰하는 친구였다는 사실을 넘어서 이 작품은 과학과 예술 모두 진실을 추구하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보인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