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승욱] 빈부격차와 이타심

입력 2012-03-04 18:00


올해 시작한 국가장학금 신청자를 안민석 의원이 분석한 결과 소득격차가 학력격차에 영향을 미쳐 부의 대물림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복지국가 이념으로 빈부격차 완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고령인구의 확대로 인한 재정부족으로 복지국가 실현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빈부격차는 고령층에서 더 심각하다. 가장 평등한 일본도 고령층은 빈부격차가 매우 크다. 빈부격차의 척도가 되는 지니계수는 30대의 경우 0.25로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60대는 0.39로 한국보다 높고, 70대는 0.42, 80대는 0.46으로 불평등도가 심한 미국과 중국에 근접한다. 고령화가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미래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평균수명이 더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케임브리지대 노화이론가 니콜라스 드 그레이 교수는 “인간이 영원히 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싱귤레러티대 레이먼드 커즈와일 총장은 “2045년에 인간이 영원히 사는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했다. 또 ‘과학, 죽음을 죽이다’의 저자 조너던 와이너 교수는 그런 세상이 불과 40년 뒤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빈부격차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 문제를 정부가 세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듀케인대 마크 하스는 고령인구를 위한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군비를 축소할 수밖에 없어 고령화사회의 평화(Geriatric Peace)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비와 교육지출을 축소해도 정부 재정으로 고령층의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없다.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공산주의 이념이 부활할지 모른다. 공산주의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는 이타적 인간성의 회복을 통한 자발적 협동과 나눔이 절실하다. 최근에 이타심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레이철 보츠먼과 루 로저스는 21세기는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시대에서 ‘위(We) 제너레이션’시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키피디아에는 200개가 넘는 언어로 1500만개의 항목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작성되었다. 수억 개의 카페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몇십만명의 프로그래머들이 리눅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20년 전만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보수로 서로 협력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협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앨런 패닝턴도 ‘이기주의적 이타주의자’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가치관의 변화가 바로 협력인데, 이는 경제성장의 결과라고 했다. 에이브러험 매슬로는 인간이 모든 욕구를 충족한 다음에 ‘자기실현’이라고 부르는 최종 단계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21세기 선진지역에서는 이미 이러한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기적 이타심의 발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슈테판 클라인도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에서 인간은 유일하게 자선을 행하는 생명체라고 주장하며, 인류의 미래는 아타주의의 선한 측면을 한껏 펼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낸시 버컨은 사회 개방도가 높을수록 공정함과 연대감도 높다는 것을 밝혔으며 이를 통해 이타심은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는 것을 보였다.

앞으로 빈부격차가 더 심각해 질 것이며, 정부의 힘만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다. 우리 안의 이타적 마음을 개발하여 자발적 나눔이 병행되어야 한다. 성경은 인간이 비록 타락으로 인해서 이기적으로 변했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 내부의 이타적인 모습을 더욱 발전시켜야 새로운 빈부격차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 경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