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알콩달콩 살던 옛날이 그립습니다”

입력 2012-03-04 21:51


뉴타운 투기광풍이 휩쓸고간

서울 마지막 달동네 상계동

정겹던 인심이 사라졌다


“2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가. 처음엔 아파트를 거저 줄 듯하더니 나중엔 2억을 내라는 거여. 용적률 때문이라는데 내 형편에 말도 안 되지. 그냥 이렇게 버틸 수밖에. 그나저나 그놈의 뉴타운 바람 때문에 동네 인심은 엉망이 됐다네.”

3일 서울 상계동 한 골목에서 연탄재를 정리하던 주민이 탄식하듯 말을 내뱉는다. 이곳을 포함한 상계 3·4동은 오세훈 시장 시절에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곳. 흔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지만 이제 인심만큼은 더 이상 달동네가 아니다.

“가끔 내가 딴 동네로 이사온 게 아닌가 착각을 하지. 전에는 거리를 나서면 인사 받기 바빴는데 요새는 차라리 내가 먼저 피한다네. 옆집 마실도 못 가. 뉴타운 해라, 말라면서 서로 싸움질까지 했으니까.”

서울시장이 바뀐 뒤로 뉴타운 얘기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그의 목소리엔 허탈감이 배어 있었다. 그간 뉴타운 때문에 잃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처음엔 목돈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뉴타운을 반겼는데, 차츰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집을 팔고 떠났지만 그 와중에 세입자 문제가 불거졌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보상 액수로 마찰이 생긴 것이다. 또 개발 이익이 불확실해지면서 반대 목소리도 넘쳐났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으로는 타지에서 집을 살 수 없고, 아파트를 배당 받으려면 최소 2억원을 더 내야 하니 가난한 주민들로서는 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뉴타운 한답시고 주민들 가슴에 헛바람만 잔뜩 불어 넣은 거여. 이제 와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뉴타운이든 재개발이든 서로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주민들의 사정이 반영되지 않고서야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 없어도 이웃간에 알콩달콩 살던 시절이 그립네.”

사진·글=김민회 기자 kimm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