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박은정 검사 사표 반려…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관련 “책임 물을 사유없다”

입력 2012-03-02 18:53


새누리당 나경원(49)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49) 부장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 청탁 전화를 받은 당사자로 알려진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40·여) 검사가 2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그동안 도와준 선후배 동료 검사와 직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소청탁이 실제로 있었는지, 이를 검찰 공안수사팀에 말했는지, 감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박 검사가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검사가 의혹이 제기된 뒤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경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박은정 검사가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사표를 제출했으나 현재로서는 박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사유가 없다”며 사직서를 반려했다.

대검 감찰본부도 박 검사에 대해 감찰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기소한 최영운 당시 서울서부지검 검사(현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며 “김 판사와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2006년 1월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떠나자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뒤 나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 김모씨를 4월 13일 기소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관할 검찰청 수사검사에게 정치인 아내에 대한 명예훼손 관련 기소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도 법원과 검찰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어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박 검사가 청탁을 받지 않았다면 사표를 낼 이유가 없는데 사표를 냈고 대검은 이를 반려했다”며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원과 검찰은 사실관계를 조속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