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판짜기’ 고심] 민주통합당, 호남에선 개혁공천?
입력 2012-03-02 21:59
민주통합당이 호남 공천을 시작했다. 당 지도부의 간섭에 맞서 이틀간 보이콧했던 강철규 위원장의 공천심사위원회가 2일 전북 7곳과 광주 4곳 등 호남지역 공천심사를 진행했다. 공심위는 3일까지 전남을 포함한 호남지역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공심위는 엄청난 심적 부담을 안은 채 호남지역 공천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3차례 발표된 공천 결과가 개혁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 탈락자가 단 한 명도 없는데다 비리 혐의로 기소됐거나 유죄판결 받은 전직의원 여러 명이 공천을 받고 경선후보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18대 총선 때의 ‘박재승 공심위’보다 도덕성이 크게 후퇴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공심위는 전통적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개혁공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천혁명을 부르짖었지만 현재로선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호남 공천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공심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중단됐다 오늘 개시되는 공심위가 엄정한 심사를 통해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선거구는 광주 8, 전북 11, 전남 11개 등 모두 30개다. 이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곳은 광주 광산(이용섭)과 전남 광양(우윤근) 등 2곳뿐이다. 최근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투신사망사건이 발생한 광주 동구의 경우 중앙당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이곳에선 박주선 의원과 양형일 전 의원 등 3∼4명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공천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현역의원 물갈이를 어느 정도 하느냐다. 선거 때마다 50% 정도의 물갈이를 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현역의원의 대폭적인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는 이 지역의 경우 경쟁력 있는 새누리당 후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 중심의 일반적인 공천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장래성 있는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참신한 인재를 많이 공천할 경우 수도권 선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의 경우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6명 현역의원 모두 불투명해 보인다. 공심위 주변에선 1∼2명 구제되면 다행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전북에선 장세환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고 중진인 정동영 정세균 의원은 서울로 진출한 상태다. 3선 이상인 강봉균 이강래 조배숙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초·재선 의원도 자리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상천 의원이 출마를 접고 김효석 유선호 의원이 서울지역 출마를 선언한 전남도 분위기도 이와 별 차이가 없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