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D-1] 푸틴 당선은 확실하지만… 정정 불안 심화될 듯
입력 2012-03-02 21:41
‘불만은 있지만 대안이 없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출마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 이후다. ‘아랍의 봄’에 눈 뜬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민주화 열망과 반(反) 푸틴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크렘린 입성이 ‘푸틴시대 종말’의 시작이라는 냉소적인 관측도 나온다. 야권을 겨냥한 푸틴의 쓴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정정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푸틴 과반수 득표, 승리 유력=푸틴이 4일(현지시간) 치러질 대선에서 과반수를 득표, 결선 투표 없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AFP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지난해 총선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대규모 항의 시위 등으로 표출되면서 푸틴이 2차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푸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베도모스티 등 러시아 일간지들은 “푸틴 총리가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도 지난달 28일 푸틴이 59.9%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0~2008년 대통령직을 연임하고 헌법상의 3기 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던 푸틴은 이번에 다시 추대를 받아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당초 4년이었던 대통령의 임기는 개헌을 통해 6년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푸틴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 임기를 연임해 72세가 되는 2024년까지 크렘린궁의 주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푸틴의 시간이 다 돼 간다’=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 푸틴의 앞날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당선이 되더라도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인해 푸틴이 승리하더라도 과거의 차르(러시아 황제)식 대통령으로 군림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일간지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푸틴이 재집권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처럼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화책 내놓았지만 정정불안 계속될 듯=푸틴은 최근 러시아인들의 평균 임금을 2020년까지 지금의 약 1.6배 수준인 4만 루블(약 150만원)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며 최근 10년 동안의 국민 소득 증가 속도를 볼 때 실현가능한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장밋빛 공약을 내놓으면서도 푸틴은 투표 당일 야권이 일부러 선거 부정을 조작하거나 유권자들을 선동하기 위해 자결 소동 등을 벌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푸틴은 “야권이 나중에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투표 당일 일부러 투표함에 (조작된) 투표 용지를 집어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유명 야권 인사가 자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야 단체는 대선 다음 날인 5일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며 맞받아쳤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