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농업 살리는 농협으로 거듭나길
입력 2012-03-02 17:53
농협이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된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어제부터 새 출발했다. 이번 개편으로 농협중앙회는 농산물 판매·유통을 맡는 농협경제지주회사와 은행·보험을 전담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됐다. 1961년 농협에서 금융을 처음 분리한 이후 51년 만의 대개편이지만 그간의 행태를 보면 축하만 보낼 수는 없다.
전산망 사고로 고객들이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한 것이 바로 지난주다. 수일 동안 창구 입·출금조차 불가능했던 대규모 전산자료 손실 사건이 발생한 것도 지난해 4월이다. 정보기술(IT) 인력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수시로 전산망이 마비돼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나로 마트’로 대표되는 유통사업도 다른 민간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뿐 아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고위 임원과 지역 단위 농협의 비리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인지 농협 임직원을 위한 조직인지 헷갈리게 하는 모습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정신으로 대기업 산하 유통업체와 글로벌화 된 시중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농협이 느린 공룡에 비유된다는 시중의 지적을 임·직원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조직 안의 이완된 마음을 가다듬고 농협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만이 농민의 사랑을 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는 다른 곳과 달리 순수 국내자본으로만 설립된 토종회사이기 때문에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염려가 전혀 없다. 잘만 경영한다면 모든 수익이 농민들과 국가, 지역사회에 쓰여 질 수 있다.
근대화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로서는 농업이 민족공동체의 원초적 정서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침 귀농인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농업경영의 대혁신이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다. 모든 임직원들이 이 같은 점을 가슴에 깊이 새겨 이번 분리가 국민 속의 농협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