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核 해결한다고 또 덤터기 써선 안된다

입력 2012-03-02 17:51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사전조치 및 영양지원 합의를 이룸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한국은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번 합의에 북·미 관계 개선과 인적 교류 강화가 포함된 데서 보듯 이후 북·미 관계가 증진되고, 중국 러시아 등이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달려들면 한국은 북핵문제의 당사국이면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특히 북한이 한국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며 철저한 ‘통미봉남’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비추어 더욱 커진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대내적으로 소외 우려를 불식하고 북핵문제를 주도해나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북한에 대가로 주어질 지원에서 스스로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이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생색은 엉뚱한 나라들이 내고 ‘봉’ 노릇만 한 경험이 있다.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한 채 2006년에 종료된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이다.

한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에 지원키로 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97년 착공돼 2002년 고농축우라늄 의혹에 따른 2차 북핵 위기 이후 2003년 중단될 때까지 투입된 비용 15억7500만달러 중 70%를 넘는 11억4600만달러를 부담했다. 물론 이 돈은 고스란히 날렸다. 북·미가 이번에 비핵화 사전조치에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북핵 폐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고 어쩌면 그것은 ‘불가능한 과제(mission impossible)’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나아가 주도하기 위해 헛돈만 날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6자회담 재개 등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소외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현재 북한이 통미봉남을 추구하는 듯 보여도 기우일 수 있다. 북한이 갈구하는 외부 지원은 결국 한국이 큰 몫을 차지할 수밖에 없음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대북지원은 불가피하다 해도 스스로 봉이 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