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다문화 대안학교 '지구촌학교' 2일 개교…"오바마 대통령 같은 인재로 키우겠다"

입력 2012-03-02 17:09


[미션라이프] 한국인 아빠와 방글라데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영호(10·가명)는 집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겪었던 한국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않은 악몽이 있다.

반 아이들은 ‘깜둥이’라고 놀려대기만 하고 누구하나 따뜻한 말벗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지구촌 학교를 다니고 난 후 부터는 다른세상이 펼쳐졌다.

피부색 안 따지고 재밌게 놀아주는 친구가 생기고 그런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지난 해 5월 멋진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학교를 방문하고 난 이후는 경찰관이 꿈이라고 밝혔다.

2일 서울 오류동에서 이런 다문화가정의 학생들 상대로 교육을 가르치는 지구촌학교(김해성 목사)가 개교식과 함께 입학식을 가졌다. 지구촌학교는 미진학 또는 중도 탈락한 다문화가정 자녀의 사회적응력과 학습능력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이날 입학식에는 가수 하춘하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300여명이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하씨는 이 학교 설립기금으로 데뷔 50주년기념 콘서트 수익금 1억2000만원 전액을 기부했다.

입학생 30여명을 학생들은 한복과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내빈들의 손을 줄지어 잡고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내빈들은 박수로 이들을 반겼다. 입장에 앞서 ‘하나 둘 셋 우리는 하나’의 구호에 맞춰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기도 했다. 이어 학생들은 ‘마법의성’과 ‘앞으로’라는 노래로 답례했다.

지구촌학교는 지난 해 3월 문을 열었지만 11월 교육청으로부터 정식적으로 설립 인가를 받고 개교를 준비해 왔다. 학교설립에는 약 15억원이 소요됐다. 익명 후원자의 거액 쾌척과 함께 포스코, 대우증권, 현대자동차 등이 재정 후원에 참여하면서 학교 설립의 토대가 형성됐다. 지구촌학교 대표인 김해성 목사가 2010년 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2억원을 보태기도 했다. 지구촌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몽골, 필리핀, 인도, 가나 등 9개국 출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두 39여명의 이주민 다문화 자녀를 대상으로 다문화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한 학년에 1개 학급, 학급 당 학생수는 15명 내외다. 입학대상은 학부모의 불법체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국내 소외계층 학생 20%를 받아들여 다문화-통합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일반 초등학교 다문화학생 위탁교육도 함께 실시할 예정이다.

학비는 전액 무료이고 학교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기업과 개인기부금으로 충당한다. 학교수업은 일반 초등학교의 기본 교과과정과 같다. 9시에 시작해 40분 수업 10분 휴식을 가지면서 2시까지 6교시를 실시한다. 또 4시30분까지 한국어와 모국어, 영어와 중국어 등 방과후 특별수업을 실시한다. 언어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커리큘럼이다. 특히 매일 1교시는 국어수업과 함께 인성수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목사는 지구촌학교를 ‘오바마학교’라고 이름붙였다. 부모의 사망, 이혼, 편부편모 등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구촌학교 학생들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학생들은 지난 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을 학교에 초청하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김 목사는 “누구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 받아서는 안 되며 행복할 권한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맘껏 꿈을 펼치고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민·다문화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신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면서 “다문화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계각층의 감동적인 쾌척과 참여, 후원이 이어지면서 지구촌학교가 설립인가를 받게 됐다”고 개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영대·조원일 기자 ydyoo@kmib.co.kr